기사입력 2016-11-02 19:39:23
기사수정 2016-11-03 14:32:35
민심과 동떨어진 행사 비난 빗발
현 정권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온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행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려 빈축을 사고 있다. 참석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 압박을 받고 있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의 광화문광장 동상 건립을 모색하는 등 민심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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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 참석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 간판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100주년(2017년 11월14일)이 되는 해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각종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출범식에는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남유진 구미시장 등 박 대통령 부녀와 인연이 깊은 정·관계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개회사를 낭독한 정 위원장은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경제성장과 최고의 동반성장을 실현한 시대가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대였다”고 평가하고 “박 대통령님을 기리는 동상 하나 떳떳하게 세우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이제 극복돼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추진위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으로 국제학술대회와 박정희 총서 발간, 100만인 기부 캠페인, 박정희 동상 광화문 건립 계획 등을 공개했다. 행사장 밖 복도에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 기록과 자료 사진,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업적 소개, 외국 석학의 평가 등의 내용이 화면 자료로 전시됐다.
초청장을 받은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가량 이어졌고 새마을운동 노래 합창을 끝으로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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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는 286억원을 들여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주변 7만7천여㎡를 공원화하고 추모관을 건립한다. 2∼3년 후 완료할 예정인데 이미 박 전 대통령 동상은 세웠다. 연합 |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시각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주모(40·여)씨는 “박정희에 대한 행사가 치러져도 경북이나 대구지역 위주로 열리는 줄로만 알았다”며 “광화문광장 곁에서 열린다는 게 실로 황당하다”고 혀를 찼다.
김모(36)씨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업이 꾸준히 진행됐고 현 정부 들어 예산 투입도 늘었다고 들었는데, 그 과정이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는 대학생들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하야 등을 촉구하는 각종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행사장 분위기는 달랐다. 한 참석자는 “위대한 지도자를 세계적인 지도자로 만들기 위해 제대로 기록하고 기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 사태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기류였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네티즌들은 ‘오늘 참석자의 이력도 모두 확인해야 한다’,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으로 박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데 한가하게 동상이나 세우자고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기념사업에 14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는 등 무리수를 둬 관련 예산 삭감 목소리가 엄청나다”며 “최순실 사태로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 기름을 붓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