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03 19:04:49
기사수정 2016-11-03 19:04:49
현직 대통령 수사 전례 없어… 의전 차원 서면조사 택할 듯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 불가피론이 힘을 얻으면서 검찰이 어떤 방식으로 박 대통령을 조사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기관이 ‘현직 국가원수’를 조사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검찰은 방식과 시기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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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웅 법무부 장관(왼쪽)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검찰 안팎, 박 대통령 서면 조사 거론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3일 국회에 출석해 “수사 진행 경과에 따라 진상파악을 위해 필요하다면 수사 필요성을 감안해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하라고) 건의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날 검찰 조사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무난히 설립, 운영되도록 조력하는 것이 박 대통령의 뜻이라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대통령과 최순실(60·개명 후 최서원)씨의 관계, 최씨의 국정 개입 범위와 방법, 청와대 비밀유출 여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지시 여부 등 박 대통령의 역할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으면서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검찰은 현직 대통령을 수사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골치 아파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BBK사건’과 관련해 2008년 2월 당선인 신분으로 특검의 방문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2012년 11월에는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으로 특검의 서면조사를 받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전례를 참작해 검사가 청와대를 방문해 조사하거나 박 대통령을 서면 조사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서면조사가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방문조사는 검사가 대통령을 대면해 직접 압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의전 차원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박 대통령 조사 후 처리방식 두고 고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란 난관을 맞이한 검찰의 딜레마는 또 있다. 통상적으로 검사는 수사와 기소를 맡는 동시에 대한민국 정부의 변호인 역할을 맡아 여러 정부 소송업무에 관여한다.
정부기관의 최상층부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정부기관의 변호인인 검찰이 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법률적 조력을 과연 현직 검사가 담당할 수 있는지, 담당한다면 과연 누가 맡을지에 대해서 주목될 수밖에 없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최재경 민정수석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 국면에서 어떤 일을 할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사 후 사후처리도 검찰의 고민거리다. 만약 대통령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내릴 경우 외압 혹은 부실수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일정 부분 혐의를 확정짓는다 해도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규정상 검찰이 대통령을 기소할 수는 없다. 섣불리 혐의를 확정지었다가는 정치적 불안에 따른 책임을 검찰이 떠안을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를 끌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미루다가 특검이 출범하면 바로 사건을 떠넘길 것이란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