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03 19:12:22
기사수정 2016-11-03 19:12:22
“예상밖 귀국에 준비 못했을 것”… 정유라 계좌도 압수수색 안 해
검찰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진실을 한 점 의심 없이 밝혀낼 수 있을까. 이를 기대하기엔 시작부터 미심쩍은 대목이 적잖다. 핵심 피의자인 최씨를 귀국 즉시 체포하지 않은 것부터 그렇다. 검찰에 출두하기까지 31시간 동안 사건 관계자들과 입을 맞추고 증거인멸을 시도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간부 출신 K씨는 3일 이 가능성을 지적하며 “그래서 (검찰수사가) 의심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검찰에 출두한 날인 지난달 31일 저녁 8개 은행에서 벌인 계좌 압수수색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금융 거래내역만 요청했을 뿐 최씨나 그의 딸 정유라씨는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몇몇 은행 관계자들은 “차씨 거래내역만 요청하더라”고 확인해 줬고, 사정당국에서도 “최씨 계좌는 당일 압수수색 대상에서는 빠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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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권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린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건의 엄중함에 비해 검찰의 칼끝은 무뎌보인다. 이렇게 무딘 칼로 최씨와 끈끈하게 연결된 박근혜 대통령까지 겨냥해 수사할 수 있을까. K씨는 이런 우려에 대해선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했다고 보기 때문에 검찰이 더 이상 눈치를 볼 이유는 없다”면서 “엄정한 수사로 추락한 검찰 신뢰를 세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도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검찰은 왜 최씨를 즉시 체포하지도, 그의 계좌를 압수수색하지도 않은 것일까. 또 다른 검찰 출신 인사는 “봐주기 수사라기보다는 준비가 안 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예상보다 빨리 귀국하면서 그를 체포할 준비도, 계좌 압수수색을 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압수수색 영장도 최소한의 범죄 증거를 확보한 뒤 청구해야 발부되는데 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그간의 미온적인 태도로 준비가 부족했다는 말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