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보는세상] 견공님, 감 하나만 따가면 안 될까?

훌쩍 가을이 깊어진다. 감들도 익어간다. 한적한 시골집 마당에 알차게 열린 감들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한다. 가지가 땅바닥으로 축축 늘어졌다. 주인이 들일을 나갔는지 마실을 나갔는지 집사위는 적막 그 자체다. 호기심 반 흑심 반 감나무에 다가서는데 마당에서 지켜보던 견공이 우렁차게 짖어댄다. “아이코 깜짝이야!” 언감생심…. 어디 감히 감나무에 다가서다니 하는 표정과 몸짓이다. 감나무에 손이라도 댔다가는 기어코 낭패를 보겠다 싶다. 가을의 한 가운데서 감을 지키는 견공의 눈매가 매서워 절로 미소가 인다.

서천= 이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