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인사차 국회 간 한광옥… 야당서 ‘홀대’

“총리도 아닌 비서실장이 웬말” / 박지원 비공개회동서 신경전 / 우상호 “대통령 인식 안이” 비난 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이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두 번째 대국민담화 이후 여야 3당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으레 신임 비서실장의 야당 예방은 서로 덕담을 건네는 인사 자리지만, 이날은 한 실장이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한 야당의 질책을 받는 등 껄끄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광옥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입을 다문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재문기자
한 실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15분 간격으로 3당을 차례로 찾았다. 한 실장은 당마다 10분 내외로 예방했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김대중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는 따로 비공개로 만났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한 실장이 먼저 찾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담화문에 대해 “(박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 인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 실장에게 “가능하시다면 대통령께서 직접 국회에 오셔서 야당 지도부와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길 바란다”고 당부했고, 한 실장은 “좋은 말씀”이라며 화답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한 실장에게 “(담화문을 보니) 문제는 박 대통령이 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청원한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어 김대중정부에서의 인연을 언급하며 “한 실장과 저는 관계가 깊다”면서도 “지금은 정반대의 입장에 있다. 우정을 지키면서 할 일은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박 위원장은 한 실장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 실장이 “부족한 제가 지도를 받을 입장”이라며 먼저 말을 꺼내자, 박 위원장은 “아무리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도 내가 환영해줘야 하는데 자기가 먼저 (말을) 시작하니, (비서실장 권력이) 세긴 센가 보다”라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박 위원장은 비공개 회동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지낸 분이 총리로 갔으면 갔지, (박근혜정부의) 비서실장으로 가는 것이 웬 말이냐”며 한 실장을 질타했고, 한 실장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난감해했다고 손금주 대변인이 전했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당초 한 비서실장은 총리직을 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총리감은 못된다”고 말했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박 위원장은 또 한 실장에게 여야 3당 대표의 총리 합의추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박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한 실장을 만나 “(담화문에 나타난) 대통령의 시국 인식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게 아닌가”라고 박 대통령을 맹비난하며 몰아붙였다. 그는 박 대통령이 총리 지명을 철회하도록 한 실장이 설득할 것을 당부했다.

한 실장은 예방 직후 출석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론에 대해 “나로서는 그런 건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