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04 18:46:00
기사수정 2016-11-04 21:52:34
검찰, 악화된 여론 감안 소환조사 가능성 배제 못해
최순실(60·개명 후 최서원)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수사 주체인 검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현직 대통령의 검찰 수사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조사 방식과 수사 일정 등에 관한 검토에 착수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서면이나 방문조사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국민 여론이 몹시 나쁘고 박 대통령도 스스로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상 소환조사라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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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두 번째 대국민사과 담화를 한 4일 서울 용산 전자랜드의 TV매장에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담화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4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조사 방식을 포함한 제반 사항을 놓고서 법무부, 대검찰청 등과 함께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과 그 부인에 대한 수사가 지금까지는 전부 서면조사와 방문조사, 소환조사 중 어느 한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향후 조사가 임박하면 청와대 측과 구체적 조율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현재 검찰은 검사를 청와대로 보내 박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문조사 방식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환조사는 현직 국가원수의 경호상 부담이 너무 크고 서면조사는 부실수사 논란을 피해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범죄 혐의를 받는 대통령에 이은 국가 의전서열 2위인 현직 국회의장을 두 차례 방문조사한 전례가 있다.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7년 김수한 당시 국회의장이 한보그룹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중수부 과장 등 검사 2명을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 보내 조사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2년에는 옛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진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 역시 한남동 의장 공관에서 검찰의 방문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안1부장 등 검사 3명을 보내 조사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무상 기밀누설 등 혐의가 적지 않은 데다 조사할 내용이 많아 소환조사 방안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최근 측근에게 ‘재단의 대기업 상대 모금은 박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현재 박 대통령는 안 전 수석을 통해 대기업들에 재단 기금 출연을 요구한 의혹, 전날 긴급체포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문건을 유출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친 대국민담화를 통해 “연설·홍보 분야에서 최씨 도움을 받은 적 있다”, “최씨와의 인연을 믿고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는 등 최씨와의 친분관계를 인정했다. 하지만 재단 기금 모금에 대해선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조계 안팍에서는 박 대통령이 최씨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만큼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하야 또는 국회에 의한 탄핵을 요구하는 등 국민 여론이 악화한 점도 변수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민중총궐기’ 대회 등을 통한 반대 여론 결집을 의식한 검찰과 청와대가 민심 수습용으로 소환조사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