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미’빠진 여당, 내부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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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변명과 꼬리자르기로 일관한 두 번째 사과에 민심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5일 서울 도심을 비롯한 전국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고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박 대통령 퇴진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

국민들의 성난 민심과 분노에 여당은 아노미(Anomie) 상태에 빠져들었다.

한 비박 의원은 이날 “박 대통령 하야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데 과연 현 정부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라며 “국가와 당을 위해서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야당과 협의를 하지 않고 내정한 김병준 국무총리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면 결국 하야 정국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게 비박계의 지적이다. 다른 비박 의원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야당에 하야의 빌미를 제공했다”면서 “지금 상황으로선 백약이 무효다. 박 대통령이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을 이길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하야가 대선을 앞둔 여당에 오히려 득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순실 사태가 대선까지 가고 박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으로 머물면 차기 대통령을 사실상 야당에 그냥 헌납하게 되지만 박 대통령 하야를 계기로 여당이 환골탈태한다면 야당과 승부를 벌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퇴진하는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여당은 현 지도부 체제를 붕괴시키고 비대위 체제로 가면서 사실상 창당하는 정비작업을 할 수 있다”면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중도층 흡수력이 있는 유승민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으로 당의 면모를 일신한다면 최순실 사태에 발목을 잡혀 대권을 야당에 내주는 상황을 막고 야당과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박계는 김병준 국무총리 인준 등 정치적 상황과 여론의 동향을 지켜본 뒤, 박 대통령으로는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박 대통령 퇴진 방안에 대한 공식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