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몰린 박 대통령… 이번주가 최대분수령

사태 수습 나선 청와대… 파문 해결 '첫 단추' 잘 꿸까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도중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첫 사과 이후 열흘 만인 지난 4일 또다시 사과에 나섰지만 비판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서다. 2차 사과 후에도 여론의 탄핵·하야 요구는 수그러들지 않는 데다 영수회담도 불투명해지면서 박 대통령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악화하는 여론을 감안할 때 결국 야권이 요구하는 2선후퇴 선언이나 탈당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주가 파문 진정을 위한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사태 해결을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이번 주가 정말 중요하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김병준 총리 내정자에게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직접 밝히고, 야당을 설득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사과 이후 청와대 비서진 및 총리 교체 등 인적쇄신을 단행했고, 2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과와 검찰·특검 수사 수용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 주는 정치권과의 협상과 대화를 통해 해법 마련에 진력하겠다는 의미다.

“야당 국정협조를” 새누리당 염동열 수석대변인(오른쪽)이 6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야당에 국정협조를 부탁하는 현안 브리핑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은 최순실 파문 해결을 위한 첫 단추인 만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여야 대표 회동을 고리로 2선 후퇴 메시지를 전달하고, 김 총리 내정자 인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구상인 것이다. 그러나 야권이 총리 지명 철회, 탈당 등을 여야 대표 회동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성사가 불투명하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원제 정무수석 등을 통해 야당과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 지명 철회 문제가 여야 대표 회동 성사를 위한 가장 큰 난제다. 청와대와 야당의 입장이 가장 크게 엇갈리고 있는 사안이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총리 지명 철회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철회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 이번주 대야 협상에서 최대한 이해를 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책임총리제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총리직을 수용한 김 내정자에 대한 도리를 생각해서라도 철회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2선후퇴와 퇴진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6일 청와대문이 굳게 닫혀 적막감이 느껴진다.서상배 선임기자

그럼에도 야당이 계속 거부한다면 김 총리 카드를 포기하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통해 거국중립 내각을 구성하는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거국중립 내각으로 간다면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탈당도 거론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선 후퇴 선언 부분과 관련해선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이미 총리에게 100% 권한을 드렸고, 책임총리제에 대한 뜻이 확고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박 대통령이 이를 직접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또 회담 성사 여부와는 별도로 책임총리 보장과 2선 후퇴 의사를 밝히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사회각계 원로와의 대화 자리에서 이 같은 의지를 밝힐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비서실장은 임명 후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갖고 “하루속히 국정 혼란과 공백을 막고 정부 본연의 기능 회복을 위해 비장한 각오로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