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06 20:49:33
기사수정 2016-11-06 21:43:17
경제사령탑 공백 장기화 우려
자고 나면 쏟아지는 악재에 한국경제의 시름이 깊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전망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쇼크’ 등과 같은 복병이 즐비하다. 대내적으로도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파문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파급되기 시작했다. 삼성과 CJ 등 대기업들이 너나 가릴 것없이 최순실 사태에 연루되는가 하면 관련 기업의 주가도 급락세를 빚고 있다.
경제팀도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극심한 정국불안 속에 경제부총리 교체가 단행되면서 경제사령탑 공백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과정에도 최순실씨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내년 예산 편성이 차질을 빚고 있고 주요 경제정책과 구조조정 정책도 겉돌 수밖에 없다.
6일 경제 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새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치 상황과 별도로 ‘경제수장’ 인수인계에 착수했다. 지난 주말 내내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장 집무실에서 기재부 국장들과 상견례 및 업무 보고를 받았다. 임 후보자의 경우 금융위원장 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기재부 업무 파악에 쓸 시간이 빠듯하다. 이 때문에 휴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임 후보자가 기재부에서 오래 근무한 적이 있어서 주요 이슈도 잘 파악하고 직원들도 많이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혼란스럽기는 금융위도 마찬가지다. 임 위원장 후 새 위원장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면서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위는 당장 지난 3일 발표된 부동산대책에 따른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가계부채 후속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임 위원장의 부총리 임명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야당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를 포함한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 한다는 방침이다. 임 후보자의 임명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경질된 유일호 부총리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기에는 현재 우리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400조원이 넘는 ‘슈퍼 예산’ 처리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예산안 심의 절차가 최순실 사태의 영향으로 졸속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도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설계할 ‘2017년 경제정책방향’도 문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 부총리와 후보자에게 현안을 동시에 보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컨트롤타워’가 정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최순실씨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면서 구조조정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와중에 경기침체의 골은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증가세도 둔화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이어 수출과 내수를 짓누르는 부정적 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터여서 경기 부진이 더욱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미국 대선에 이어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브렉시트, 중국의 부동산시장 변화 등 대외 불안 요인도 화급한 문제다.
이와 관련해 임 후보자는 어수선한 경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7일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연다. 임 후보자 주재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금융당국뿐 아니라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등 6개 금융권역 협회장도 참석한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