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 멘 김무성, 친박에 '최후통첩'

비박계 잇단 강한 압박… 분당 가능성도 / 친박 “계파 이익 위해 당 망가뜨려”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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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서 비롯된 새누리당 내분 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좌장 김무성 전 대표가 7일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했다며 탈당 및 2선 후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사실상 이정현 대표를 위시한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에 대한 최후통첩이기도 하다. 비박계의 강한 압박은 상황에 따라 분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 전 대표 회견문은 지난 6일 저녁에 초고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참모진에게 회견문의 주요 내용도 구술해 줬다고 한다. 김 전 대표가 숙고 끝에 박 대통령을 정면비판하는 이날 회견을 준비했다는 뜻이다. 그는 주말 동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연쇄접촉을 갖고 국정수습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거국중립내각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야당 지도부 면담 뒤 이 대표를 만나 박 대통령 탈당, 지도부 총사퇴 등의 수습책 수용을 조언했지만 이 대표는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까지 전면에 나서며 양측 갈등은 비등점에 육박하고 있다.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최순실씨와 차은택씨 등이 활개치고 다녔을 때 당 대표가 김 전 대표가 아니냐”고 맹비난했다. 반면 비박계의 한 재선의원은 “당이 4·19혁명 때의 자유당처럼 역사의 죄인으로 사라질 판국인데 친박들만 정신을 못 차렸다”고 되받았다. 이날 오전 회동했던 비박계 중진의원들은 이 대표 사퇴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매일 오전 모이기로 했고,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새누리당 ‘진정모’ 의원들은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와 저녁에 만나 현 사태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제원 기자
비박계 안에서는 친박 지도부를 아예 무시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병국 의원 등이 주도하는 ‘재창당 준비위원회’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이 현실화될 경우 분당의 전 단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