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07 18:29:51
기사수정 2016-11-07 18:29:51
정부의 정책동력 약화…시중은행들 "발 뺄까" 눈치보기
금융노조, 12일 예정됐던 총파업 보류하며 "승리"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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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3일 `성과연봉제 반대`를 기치로 내걸고 총파업을 실시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사진=금융노조 제공) |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표류 현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권 성과연봉제도 ‘용두사미’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위기에 처하면서 정부 정책의 추진동력을 급격히 떨어지자 시중은행들은 벌써부터 눈치를 보면서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다. 반면 노측은 이러한 정세에 힘입어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를 전면에 내걸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특히 사실상 국정을 야당들이 주도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그동안 정부의 성과연봉제 추진에 반대입장을 보였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의 태도를 감안하면 머지 않아 성과연봉제 가 흐지부지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 양상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대내외적인 상황이 모두 성과연봉제 도입에 부정적”이라고 7일 밝혔다. 이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위.금감원 합동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다시 한 번 ‘금융권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강조했으나, 이미 시중은행은 회의적인 분위기다.
당초 시중은행들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뒤 금융공공기관들처럼 이사회 의결로 연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은행 내부에서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으며, 슬며시 물러날 기회만 엿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고,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대통령은 탈당하라”고 주문할 만큼 레임덕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성과연봉제는 논의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은 김병준 국무총리 임명 등 개각 문제에 에너지를 전부 소요하고 있다”며 “성과연봉제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대내적으로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을 비롯해 각 은행 노조의 반발이 뚜렷하다. 금융노조는 지난 9월 23일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총파업 집회를 열기도 했다.
연말 금융노조를 비롯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각 은행 지부의 선거가 잇따르는 진행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 선거철에는 현 집행부나 도전자나 모두 ‘선명성’을 내세우기 마련”이라며 노조가 선거를 의식해 성과연봉제에 더욱 강경한 투쟁입장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도 “금융노조를 비롯해 선거가 진행 중인 은행 노조의 후보들이 모두 ‘성과연봉제 반대’를 명시적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사실 성과연봉제는 도입이 되기만 한다면, 사측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제도”라면서도 “그러나 노조가 저리 격렬하게 반대하는데, 그걸 억지로 누르면서 강행할 만큼 절실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공공기관처럼 정부가 강압하지 않는 한, 시중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추진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고작 1년짜리, 아니 1년도 제대로 실행되기 힘든 제도를 강제로 도입하려고 애를 쓸 까닭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노측도 승리를 확신하는 모습이다. 금융노조는 사실상 성과연봉제가 물건너갔다는 판단아래 오는 12일로 예고했던 2차 총파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한 금융공공기관도 제대로 시행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노조는 지난달 성과연봉제 시행과 관련해 무효 확인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접수했다.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면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측은 성과연봉제를 시행할 수 없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조와 협의하지 않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엄연히 노동법 위반”이라며 승소를 자신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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