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09 03:00:00
기사수정 2016-11-08 21:08:29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내년부터는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가축을 매몰하지 않고 고열로 태워 퇴비로 재활용할 계획입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2017년부터 ‘살처분 가축 이동식 처리장비’를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해 살처분 가축을 매몰처리하지 않고 퇴비화해 가축매몰지 조성을 점차 줄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에 조성된 가축 매몰지는 774개에 이른다. 그동안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돼지와 소 등은 374만여마리, AI로 살처분된 닭, 오리 등은 4414만여마리다. 매몰지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가 상수원과 지하수, 토양 등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취임 3개월째를 맞은 김 장관은 40년 가까이 농정에 몸담은 농업정책 전문가답게 주요 현안마다 막힘 없이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쌀값 폭락 방지를 위한 ‘쌀생산조정제’ 도입이나 쌀소비 확대를 위한 ‘굿모닝 라이스 프로젝트’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화훼업계를 위해 ‘소비트렌드 변화에 대응한 농식품 소비·유통·생산 대책’ 등으로 희망을 불어넣겠다는 강한 의지도 비쳤다. 특히 농촌 어메니티(amenity, 유·무형의 자연·문화·사회자원)와 디자인을 접목해 다양한 가치와 활력을 창출하는 ‘맑은 물 푸른 농촌 가꾸기’ 사업에 많은 애착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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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쌀값 폭락 방지대책 등 주요 농정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구제역이나 AI에 감염된 가축의 새로운 처리방안을 설명해달라.
“살처분 가축 처리장비는 구제역이나 AI가 발생한 곳으로 이동해 감염된 가축을 섭씨 170도 이상에서 8시간 이상 소각한 뒤 분쇄·건조한다. 처리용량은 한번에 7000㎏이며 하루 두 차례 가동한다. 한우나 돼지는 1회에 10∼20마리, 닭이나 오리는 2000마리 정도 처리할 수 있다. 사체를 처리한 잔재물은 퇴비생산업체나 농가 퇴비사를 거쳐 재활용한다. 일단 내년에는 국비와 지방비 2억원씩 총 4억원으로 2대를 도입하되 사업성과가 좋으면 농촌지역 시도에 한 대씩 보유할 수 있도록 늘릴 예정이다. 철새도래지가 위치한 지자체, 가금류의 사육수가 많고 과거 AI 발생이 많은 지자체, 매몰지가 많고 관리가 우수한 지자체에 장비를 우선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이 장비로 매몰된 가축 사체도 처리해 기존 매몰지를 줄이고 지자체 간 장비를 임대해 비용 절감을 도모할 방침이다.”
-쌀값 폭락 문제가 심각하다.
“쌀 생산성 증대와 소비량 감소 등으로 현 추세가 지속하면 2025년까지 향후 10년간 연평균 24만t의 쌀 초과공급이 발생할 것이다. 정부는 올해 유관기관·지자체와 함께 ‘쌀 적정생산 운동’을 펼쳐 벼 재배면적(779만㏊)을 작년 대비 2만㏊ 감축했다. 내년에 예산이 확보되면 쌀생산조정제를 도입하겠다. 농지에 벼 대체작물을 심으면 면적당 일정액의 보상금을 주는 제도다. 쌀생산조정제에 필요한 사업비(904억원)가 반영된 농식품부 예산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심사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크다. 벼 대체작물은 가격폭락이 없도록 사료용이나 판로계획을 세운 작물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쌀 소비 확대를 위해 굿모닝 라이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직장인의 바쁜 아침 출근 시간을 고려해 직장에서 쌀 가공식품을 활용해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다. 다양한 프랜차이즈 업체, 유통업체 등을 중심으로 간편식 아침시장 확대·창업 지원 및 ‘아침을 먹는 직장 문화’ 전파가 핵심이다. 내년에 쌀 제품 판매·홍보 공간인 ‘라이스 랩’(Rice Lab)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해 쌀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개발·출시될 것이다.”
-최근 잦은 강우와 고온 등으로 벼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피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피해면적은 지난달 말 기준 1만4823㏊다. 전남(1만1216㏊)과 전북(3506㏊)에서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경미한 피해 벼는 정부공공비축매입용 등으로 우선 사들이고 등급외 피해 벼는 시장격리 물량에 포함할지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피해농가에 재해보험금(㏊당 평균 500만원 내외)과 농약대금·학자금 지원, 농축산경영자금 상환연기·이자감면 등을 하겠다.”
-청탁금지법으로 농업계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는데 대책은?
“지난 9월28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농축산업과 화훼업, 외식업의 매출이 줄고 있다. 명절·선물 중심의 농축산물 소비가 감소하는 대신 고품질·저가 농축산물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농식품 소비트렌드 변화는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탁금지법상 가액기준에 맞춘 실속형 농축산물 선물세트와 식사세트 등 다양한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 농식품부는 농축산·외식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소비트렌드 변화에 대응한 농식품 소비·유통·생산 대책’을 마련 중이다. 화훼산업이 타격이 큰 이유는 일상에서 꽃을 사고 즐기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생산액의 85% 이상이 승진, 경조사 등으로 소비되기 때문이다. 권익위원회 법령해석TF에 농식품부 직원을 파견해 농업계의 상황을 반영하도록 했다. 화훼 소비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생산·유통·소비·수출에 걸쳐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 선물 중심의 꽃 소비구조를 생활소비로 전환하고자 최근 기업·소비자단체 등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시설개선 지원, ‘숍인숍’ 형태의 꽃 판매 코너 설치 확대, 학교와 기업을 중심으로 한 ‘1 Table 1 Flower 캠페인’ 등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
-김장철을 앞두고 채소류 가격 변동이 심하다.
“고랭지 배추는 전체 배추 생산량(230만t)의 7% 수준인 18만t이지만 가격 변동성이 높다. 고랭지 배추 수요는 일정한데 생산되는 지역은 해발 600m 이상 강원도 일대로 한정돼 폭염이나 가뭄 등으로 작황에 영향을 받으면 공급 물량이 줄기 때문이다. 최근 가을배추가 본격 출하돼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 정부는 김장채소 수급상황과 가격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해 소비자가 김장 적정시기와 구입물량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고랭지배추·무가 물부족 피해를 받지 않도록 고랭지(안반데기)에 용수를 개발하고 있다. 평년의 80% 수준에서 가격을 보전해주는 대신 강력한 수급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안정제’와 사전에 고정거래처를 확보하는 ‘출하안정제’를 확대해 가격안정을 도모하겠다.”
-취임사에서 농촌 어메니티의 가치를 높여 농촌을 국민 생활공간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촌은 단순히 농산물만 생산하는 공간이 아닌 휴양, 오락, 관광 등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일터·삶터·쉼터로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다. 농촌에는 산, 들, 강 등 쾌적한 자연환경과 음식, 특산물, 전통문화 등 다양한 자원이 존재해 잠재적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그동안 농촌개발은 생산기반 확충, 기초생활환경 개선 등 ‘물리적 정비’에 집중했다. 지속 가능한 농촌발전을 위해 농촌의 다양한 자원에 ‘디자인’을 접목해 가치를 높이고 농촌을 국민 생활공간으로 활용하는 ‘맑은 물 푸른 농촌 가꾸기’을 추진하겠다. 사람·자연·물이 함께하는 복합 생태공간 20개소 조성과 농식품산업 육성을 연계한 지역활력공간 10개소 설립 등이 주요 내용이다.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내년에 대상지 선정을 거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500억원을 투입해 진행한다. 농촌이 ‘문화마인드’로 옷 입혀지면 내·외국인들이 찾고 즐기고 소비하는 보물이 될 것이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957년 경북 영양 출생 △경북고·경북대 경제학과 졸업 △행정고시 21회 △농식품부 농산물유통국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 △농촌진흥청장 △농식품부 제1차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