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08 19:12:29
기사수정 2016-11-08 22:13:01
총체적 난국 빠진 집권여당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수습 방안을 놓고 내홍에 휩싸인 집권여당이 총체적 난국을 맞았다. 당 곳곳에서 계파갈등이 노출되며 분당설이 끊이질 않는 데다 당직 줄사퇴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이정현 대표 퇴진을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 사퇴 거부 선언 이후 많은 의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분당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며 “당의 분열을 막아 대통령을 지킬 수 있는 이 대표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
침통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이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형준 명지대 교수 초청 강연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정국 수습방안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응 방식을 놓고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공개로 회의가 전환되자 비박계 하태경 의원이 지난 국감에서 당 지도부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된 증인 채택을 차단하라고 지시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교육문화체육위원회 간사로 당시 증인 협상을 주도했던 염동렬 수석대변인은 “지난 문제를 들춰내는 게 중요하냐”며 발끈했고,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누가 뭘 막았다는 것이냐. 그럼 내가 그만두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비박계 중진 나경원 의원은 이날 당 인재영입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 김현아 전 대변인, 오신환 전 홍보본부장, 김종석 전 여의도연구원장에 이은 네 번째 당직 사퇴로, 이밖에도 상당수 당직자가 거취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강성 진박(진실한 친박)이 후퇴할 때”라며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고 현 지도부가 구성한 당직에 대한 사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했던 김무성 전 대표가 이번에는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김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병준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일방적 지명을 시인하며 야당의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며 “대통령께서 국회에 와서 만나지 않겠다는 야당 대표를 찾아가겠다는 이런 시도는 참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 대표는 “나는 꼬인 정국을 풀어내야 할 책임 대표”라며 사퇴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결국 비박계 내부에서는 구체적인 분당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당 소속 초·재선이 중심이 된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의원모임’(진정모)은 이날 오전 국회 회동에서 별도의 새 지도부 구성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현재의 지도부나 친박계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함께 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위기였다”며 “별도의 새 지도부를 꾸리고 박 대통령과 강성 친박 일부의 탈당을 요구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비박계 중진들은 이른바 ‘구당 모임’을 정례화하며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심재철, 김재경, 황영철 등 3선 이상 비박계 중진 의원들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당 쇄신 방안을 논의한다. 진정모와 연석회의 형태로 회동을 이어가고,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 당내 대권주자와의 연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