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병우 "지방경찰청장 내 가방 들어줬다"… 권위주의 성향 표출

“23살때 45살 계장 수족처럼 부려” / 평검사 시절 업무스타일 드러나 / 이용호 게이트 수사 참여 자신감 “누구는 파고 누구는 묻고 안 돼” / YS와 친분 인사 수사로 지방 전전… ‘차라리 판사 할걸’ 후회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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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순실 게이트’ 사태 방치 의혹과 ‘황제 소환 조사’ 논란 등으로 공분을 산 우병우(사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나는 (평검사 시절인) 스물 세 살 때도 마흔 다섯(살)인 계장(수사관)을 수족 처럼 부렸다”며 “(지방)경찰청장도 내 가방을 들어주고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내에서 수사능력만큼은 정평이 났던 우 전 수석이 부천지청장(차장검사급) 시절 평검사 등 후배검사들의 수사력 약화를 문제 삼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그의 권위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발언은 진경준 전 검사장(구속기소)이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으로 있던 2011년 기획한 검찰 내부의 비공개 인터뷰 자료집 ‘핵심검사 인터뷰 기반 계층별 인터뷰 분석’에 담겨 있다. 검찰은 당시 국민 불신과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 등으로 위기에 놓이자 대검 주도로 평검사·부장·차장검사·검사장 중 ‘핵심검사’ 20여명을 추려 검찰조직을 심층진단하는 인터뷰를 했다.

우 전 수석 외에 김수남 검찰총장(당시 수원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 등 ‘엘리트 검사’들이 대상자였다.

8일 본지가 입수한 인터뷰 자료집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검사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 불평하는 것과 관련해 “(검사가) 수사관들에게 일을 잘 못 시키거나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후배 검사들의 나약함과 무능함을 꼬집었다.

그는 “(요즘 젊은 검사들은) 부모가 다 입에 떠 넣어주고 공부만 잘하면 뭐든지 용납됐던 애들이고, 그러다 고시학원 다녔던 애들이다 보니 우리랑 크는(자라 온) 환경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과거 수사계장과 지방경찰청장에게 했듯이 하라는 게 아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지만 검사가 수사·실무관도 잘 다루지 못하면서 어떻게 피의자를 다루냐고 타박했다.  

그는 재직 중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초임시절 YS(당시 김영삼 대통령)와 가까운 사람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밀양지청으로 발령이 났고 이후 지방을 전전할 때”라고 소개하면서 “조직에 대한 배신감으로 ‘법원 갈 걸(판사 할 걸)’ 하며 후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대중(DJ)정부 시절인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팀에 파견되기도 했던 우 전 수석은 이 사건을 “검찰 수사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지청장 인사를 앞뒀는데 DJ정부를 파헤쳐서 중수부장을 날리고 내가 (검찰에)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며 “하지만 누구는 파고 누구는 묻어놓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나중에 누가 재수사해도 다른 것들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려와 달리 지청장에 승진했다.

대검 중수1과장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맡는 동안 시끄러웠던 피의사실 공표 논란과 관련한 언급도 있었다. 그는 “오히려 피의자가 먼저 (수사내용을) 유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우리도 대응해야 할 것 아닌가”라면서 “피의자는 (유포)해도 되고 우리는 안 되면 형평에 어긋나지 않나”라며 적절한 공보기준 마련을 주문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