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회 전격 방문… 꽉 막힌 정국 돌파구 주목

‘김병준 카드’ 사실상 철회… 총리 권한행사 범위 등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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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야권이 요구하는 ‘국회 추천 총리안’을 수용한다고 밝혔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꽉 막힌 정국이 풀릴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했지만, 야권은 여전히 박 대통령의 2선 퇴진 공식화와 총리 조각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어 정국 수습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향후 영수회담을 통해 이 문제도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선공식화·후회담’을 요구해 회담 성사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총리 권한과 박 대통령 2선 퇴진 공식화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국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본관에 들어서자 심상정 대표(오른쪽) 등 정의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 문구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비선실세 국정 개입 파문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논의를 하기 위해 국회를 전격 방문하고 있다. 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를 전격 방문하고 있다. 앞에 국민의당 당직자들이 `대통령은 퇴진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제원 기자
박 대통령이 이날 국회 방문을 강행한 것은 최근의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총리 지명이 야권 반발로 역풍에 맞고, 영수회담도 결렬상태에 빠졌다. 국회 방문으로 출구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여론과 드세지는 정치권의 공세를 감안할 때 더는 시간을 끌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 12일 대규모 광화문 집회 일정을 고려할 때 그 전에 어떻게든 서둘러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한 박 대통령 의지가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계기로 정국이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야당이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공식화하고, 총리 권한 부분을 우선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서서다. 2선 후퇴와 거국중립내각은 총리가 국정 운영 전반을 장악하고, 박 대통령은 모든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외치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여당 내에서도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는 물론 탈당까지 요구하고 있어 후속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에게 국회에서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해 내각을 통할하게 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하는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 철회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총리의 권한과 관련해 “책임총리로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100% 행사하고 경제·사회 분야를 중심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더구나 신임 총리는 대통령이 아닌 국회가 임명권을 행사하는 만큼 정치적 위상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헌법이 위임한 총리의 권한을 훨씬 넘어서는 정책·정치적 권한을 함께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헌법상 보장하는 대통령의 권한을 포기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기류가 강하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헌법에 따라 국군통수권, 조약 체결권 등 외교·국방 분야에서 국가를 대표한다.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이러한 법적 책임을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회에서 “총리에게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법적인 책임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과 회동을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국회의장실에서 나오고 있다.(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의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이제원 기자
따라서 향후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범위와 총리 권한을 청와대와 정치권이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얼마나 신속히 합의하느냐가 정국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