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를 통해 처음 정계에 입문했을 때부터 최순실씨가 ‘안가 회의’를 통해 박 대
통령 의정활동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998∼99년 박 의원실에서 4급 보좌관(최고위직 보좌관)으로 근무했던 양모(53)씨는 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씨는 당시 논현동에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 박 대통령의 ‘안가’에서 가장 목소리가 컸다”며 “내가 당시 의원실에 한 명뿐인 4급 보좌관이었지만 실질적 보좌관은 최씨였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로 정책을 담당한 양씨는 박 대통령의 조세정책 과외교사였던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당시 한양대 교수) 추천으로 합류했다가 1999년 의원실을 떠난 뒤 박 대통령 측과 연락을 끊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당시 정책업무부터 박 대통령 개인사까지 모두 관여했다. 양씨는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을 때여서 기업 부채율이 200%에 육박했고, 이걸 낮추는 강력한 정책을 준비했더니 최씨가 그걸 보고 감정적으로 반응했다”며 “최씨한테 맞추는 게 힘들었다. 일반인들과 사고방식이 달라 굉장히 있는 집 출신인가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씨가 돌파력이 강해 세게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라면 정씨는 문제점을 짚고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스타일이다. 당시에도 (최씨가 하는 일이) 이건 아니다 싶은 게 많았는데, 정씨가 제동을 걸곤 했다”고 기억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를 자주 찾았다.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공갈빵을 파는 곳이 근처에 없었는데, 이를 최씨가 먼 곳에서 가져오기도 했다.
양씨는 “최씨는 내가 보좌관으로서의 일을 하려고 하면 비서 역할을 요구했다”며 “지금 청와대 상황하고 같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의원실은 다른 의원실과 다른 게 많았다. 모든 게 보안이었고, 가능하면 사람을 안 만나는 걸 원했다”며 “박 대통령이 최씨 부부를 워낙 신뢰했고, 다른 사람들과 박 대통령 사이에 그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