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10 16:27:47
기사수정 2016-11-10 17:50:16
“자신의 살 궁리를 고민하다 민정수석의 직무를 저버렸다.”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최순실(60·구속)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과 청와대는 의사소통조차 하지 않았다”며 청와대 관계자가 뱉은 말이다. 당초 제기됐던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과 넥슨과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의혹에서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번진 일련의 사정 사태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는 우 전 수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K스포츠재단과 롯데의 수상한 70억 뒷거래에서 수사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나오며 검찰이 우 전 수석의 자택 등을 압박하며 다시 우 전 수석을 궁지에 몰고 있다.
10일 청와대와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진행됐던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았고, 검찰의 압수수색에 무방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검사 출신 인사를 민정수석으로 기용하고, 검찰과 경찰 출신 직원을 두는 것은 압수수색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예우와 준비를 하기 위해서인데 전혀 민정라인이 가동되지 않아 압수수색 당시 다른 수석실 직원들이 동요했었다”며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또 대기업에게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기금을 내도록 강요한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잠을 자다 자택에서 검찰에 체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가 질책을 받을 부분은 듣고 고쳐야하지만, 당시 우 전 수석의 사퇴 압박에서 우 전 수석의 편을 들었던 몇몇 수석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최근 우 전 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다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을 보고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6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던 중 팔짱을 끼고 여유로운 자세로 쉬고 있던 사진이 언론에 보도돼 ‘황제수사’ 논란을 자초했다. 논란이 일자 김수남(57) 검찰총장은 수사팀을 질책하고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직무 유기 등 우 전 수석에 대해 제기된 의혹 전반을 살펴볼 것을 특별수사본부에 전달했다.
우 전 수석의 아들 꽃보직과 정강과 넥슨간 부동산 거래, 정강의 회사자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해 검찰 수사가 기대에 못미쳤지만,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다시 우 전 수석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우 전 수석은 K스포츠재단과 롯데간 주고받은 70억원과 관련해 자신이 진두지휘했던 민정수석실이 검찰 수사상황을 재단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도 그에게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적용을 우선 검토하는 한편, 재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검찰 내부의 ‘우병우 사단’으로 인해 혼란에 빠졌던 검찰이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우 전 수석과 관련된 의혹을 파헤칠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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