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10 18:47:02
기사수정 2016-11-10 22:14:50
여 "호들갑 떨면 김정은만 유리"… 야 "미국 국민은 변화 선택한 것"
여야는 10일 미국 공화당 도널트 트럼프 후보의 대선 승리를 놓고 미묘한 해석차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외교·안보·경제 분야의 리스크에 대해 “호들갑 떨 필요 없다”며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면서도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내 정국 혼란을 빨리 수습해 정부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긴박한 대내외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국정 공백 상태를 최대한 빨리 해소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퇴진’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야 모두 ‘트럼프 쇼크’로 어수선해진 국제 정세를 최순실 정국과 연결지어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해 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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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세미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왼쪽 세 번째)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이 주관해 열린 ‘트럼프 당선이 한국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 긴급 세미나에서 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의원(〃 두번째)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순실 게이트 대응에는 굼떴던 새누리당이 트럼프 대응에는 상대적으로 발빠르게 움직였다. 새누리당은 전날 오후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기도 전에 당·정 협의회와 최고위원회의를 긴급 소집한 데 이어 이날도 최고위원회의를 ‘트럼프 현안 보고’ 형식으로 진행했으며 관련 간담회와 세미나도 잇따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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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호들갑을 떨지 않고 차분하게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우리가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수록 유리한 사람은 김정은”이라고 지적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안보·경제 분야의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아지며 내우외환의 위기에 직면했다”며 “최순실 사태로 정치권이 혼란을 겪고 있는데, 야당은 국정 안정화에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트럼프 당선은 우리에게 여러 숙제를 한번에 던져줬다”며 “이제 국회만은 정쟁을 내려놓고 국정공백을 수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야당은 “트럼프로 최순실을 덮을 수는 없다”고 단호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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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 국민은 변화를 선택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빈부 격차 심화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민들의 절망이 변화를 원하는 민심으로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양극화와 기득권층에 대한 국민 분노가 미국식 민주주의 방식으로 표현됐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며 “우리의 촛불집회에서 수십만명의 시민이 표출하는 분노 배경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2선 퇴진의) 애국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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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안철수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홍대입구역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오프라인 서명 운동을 하며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서울 홍대입구역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서명운동 현장에서 “트럼프도 외교협상 상대로 박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외치도 이미 신뢰를 잃었으니 모든 권한을 (거국내각의) 총리에게 넘기고 물러나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