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 없는 야권, 촛불민심에 기댄채 '2선 후퇴' 요구만

“진실규명·책임자 처벌에 집중” / 민주당, 총리 인선 프레임 경계 / 안철수, ‘퇴진 촉구’ 서명운동 “거부만 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 일각선 전략 부재 비판 목소리 야당은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거듭 일축하면서 대통령 2선 후퇴를 압박했다. 오는 12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관철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의 국회 추천 총리 프레임을 경계하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며칠 전에 대통령이 의장실을 방문해서 총리를 국회가 지명해주라는 말을 던진 후로 아마 우리 당은 그러지 않았겠지만, 의원들 가운데 총리가 누가 되나, 누구를 선호하나, 어느 당이 총리를 추천할 수 있나,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며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집중하고 정치적 상상과 제안은 이런 문제가 다 풀어지고 난 뒤에 국민이 결정하실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총리 인선 문제에 휘말리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왼쪽 네 번째)가 10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천막농성장에서 같은 당 박범계 의원(〃 세 번째) 등과 함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상윤 기자
추 대표는 전날 4대 종단협의회 대표 면담과 관련해 “어떠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상황에서 저쪽에 빌미를 주어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말씀을 주셨다”고 소개했다. 설화나 실책으로 여권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한민국의 빈부 격차 심화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민의 절망이 변화를 원하는 민심으로 폭발할 것”이라며 변화를 선택한 미국 대선 결과를 빗대어 박 대통령의 결단을 압박했다.

10일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야당의원들이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 구속수사'를 주장하며 농성중인 천막에 항의방문했다.
하상윤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오전 서울 홍대입구역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안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조기에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물러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앞서 열린 비대위·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사회 각층의 박 대통령 퇴진 운동을 언급하면서 “이것(민심)을 모르는 사람은 오직 대한민국에서 박 대통령 한 분”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왼쪽)가 10일 오전 서울 홍대입구역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전단지를 나눠준 뒤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촛불민심에 기대며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내에서 전략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비공개 의총에서는 “12일(촛불집회) 이후에는 정권퇴진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 발언이 쏟아진 가운데, 한 의원은 “지역에서 ‘야당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고 거부만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황교안 총리가 대행하게 되는데 그게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전략수립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소속의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라디오방송에서 “국민이 만들어준 권력을 선거를 통하지도 않고 통째로 권력을 탈취하려고 하는 자세는 맞지 않다”고 2선 후퇴 주장을 비판했다.

국정수습 방안을 둘러싼 민주당 대권주자 간 간극도 여전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은 마음을 비워 국정에서 손을 떼고 거국중립내각을 통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위기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라디오방송에서 “당파적 고려나 정파적 이해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저렇게 (대통령) 사임을 원하는데 당과 국회가 미적거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