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재협상 때 농축수산물 개방 압력 거세지나

KERI ‘미 대선이후 전망’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우리 농축수산물 시장에 대한 개방 압력을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동식물 검역과 쇠고기 연령 제한을 둘러싼 해제 요구의 강도를 높이고, 한국 정부가 진행 중인 쌀 관세율(513%) 협상 파트너로 나서서는 까다롭게 굴 것으로도 보인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난민 출입국 제한에 나선다면 우리 국적 선사의 입·출항에 장애가 생길 것으로 지적된다.

1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미국 대선 이후 한·미 농업통상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차기 미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상(FTA)의 수정 협상이나 우리나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협상을 통해 동식물 검역과 쇠고기 연령(30개월 미만) 제한의 해제 등 자국 이익을 위한 각종 요구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수정 KREI 연구원은 “2013년 미국무역대표부가 한국의 무역장벽으로 언급한 쇠고기 수입규제와 과일류 수입금지 조치, 유전자변형작물 관련 규정 등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 사항에 관한 요구가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미 정부는 또 자국 쌀 농가의 통상이익 확보 차원에서 쌀 관세율 협상 시 우리 측에 많은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우리가 세계무역기구에 제출한 쌀 관세율 513%에 대해 공식 이의를 제기했는데, 아직 양자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알려지자 이준원 차관 주재로 긴급 실국장회의를 열어 농업분야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사료곡물 등 농산물 수입 가격에 변동이 있을 수 있고, 우리 농식품 수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해양수산부도 9일 오후 김영석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회의에서 금융분야의 혼란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면 수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한·미 FTA의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한 대책도 논의됐다. FTA를 통해 우리 시장은 즉시 개방부터 최장 15년 후 개방까지 기간을 나눠 거의 모든 미 수산물 품목에 문호를 열도록 협상이 이뤄졌는데, 차기 미 정부는 개방시기의 단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해수부 측 판단이다.

해수부는 또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대로 이민자와 난민 출입제한 조치를 취하면 우리 국적 선사의 미 항로 운항에 애로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미국의 정책 변화는 현지 항만에서 선박보안규정 등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