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12 21:45:49
기사수정 2016-11-12 21:45:49
차벽 틈새 이용 청운효자동 진출 / 지하철 경복궁역 앞선 거친 몸싸움도 / 청와대 영정 상여 뒤로 물렸지만 / 시위대-경찰 대치 이어져
12일 서울 도심 한복판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 100만개가 훤히 밝힌 가운데 일부 시위대가 청와대 바로 앞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뚫고 들어갔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해 이날 세 번째 주말 대규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 수백명은 경찰 차단선을 뚫고 청와대에서 200여m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진출했다. 이곳에서 경찰의 2차 차벽에 막힌 이들은 오후 9시 현재 “박근혜는 퇴진하라” 구호를 외치며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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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 새마을금고 앞에서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준영 기자 |
이들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사거리 방면으로 행진하던 중 사직공원, 통인시장 인근 도로로 빠져나가 골목을 헤집고 이곳에 다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이날 272개 중대 2만5000명의 경력을 투입하는 한편 곳곳에 차벽을 설치해 시위대 진출을 차단하고 있으나 차벽과 건물 사이 틈새 등을 이용해 소규모로 빠져 나가는 인원까지 막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청운효자동 주민의 경우 신분을 확인한 뒤 차벽 사이로 들여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효자동 주민 김모(55)씨는 2시간 가까이 귀가를 못해 집에 있는 부인과 전화상으로 부부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일 보고 들어가려 하는데 못 찾아서 1시간40분째 헤매고 있다”며 “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려 했는데도 막고, 사전고지도 없고, 출입증이고 뭐고 없다. 이런 법이 어디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복궁역 앞에서는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려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여 1시간 넘게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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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집회가 열린 12일 저녁 서울 종로구 내자동로터리 인근에서 촛불과 피켓을 손에 든 시민들이 경찰 저지선 앞에서 마주 보고 있다. 남제현 기자 |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은 상복을 입은 시위대가 ‘청와대’라 적은 영정 액자를 붙인 대형 상여를 이곳까지 옮긴 직후 벌어졌다. 다른 참가자들이 “평화시위 합시다”라고 말렸지만 일부는 “밀자, 청와대로 가자, 비켜라”라며 경력을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 시위진압용 방패를 일부 시위대가 빼앗는 일도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경찰은 박자를 맞춰 “비폭력”을 연호하며 시위대의 분노를 달래려 애썼다.
상여 소리꾼으로 꾸민 참가자가 “저희는 30년간의 투쟁 경험으로 이 상여를 메고 저 경찰들을 밀어버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 이번 시위에서는 시민과 경찰의 대척점에 상여를 세우는 것이 옳다”면서 상여를 멈춰 세웠다. 이들은 이후 상여를 뒤쪽으로 물렸지만 성난 시위대와 경찰과의 대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방송을 통해 “시민 여러분, 앞쪽의 젊은 학생들을 자제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학생 여러분, 경찰을 밀치거나 몸싸움을 하면 안 됩니다. 경찰은 여러분의 목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행진로 곳곳에서 일부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있었지만 오후 9시25분 현재 연행자는 없다”고 말했다.
사건팀 societ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