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은택, 제주 중문단지 개발에도 ‘눈독’

본지 ‘기본구상 보고서 ’ 입수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주도 중문관광단지에서 추진키로 한 1570억원짜리 ‘융복합형 공연장 중심, 문화콘텐츠 거점 사업’이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선 차은택(47·구속)씨에 의해 휘둘린 정황이 드러났다. 차씨는 사업 초기에 측근을 자문위원으로 넣어 자기 입맛대로 사업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융복합형 공연장 중심 문화콘텐츠 거점 기본구상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사업 자문위원으로 총 6명이 등장한다. 그중 윤정섭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차씨의 스승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처남매제지간으로 현재 차씨가 주도해 만든 문화창조융합센터 아카데미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검찰은 2014년 8월 김 전 장관이 발탁되는 과정에 차씨가 개입했는지 여부, 같은 해 6월 외교부가 선정한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자문위원단에 윤 전 교수가 포함된 경위 등을 확인하고 있다.

시공테크 A본부장(사장)도 사업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공테크는 한국관광공사와 62억원 상당의 계약을 맺고 차씨가 전시감독을 맡은 ‘2015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사업에 참여했다. 시공테크 참여 후 사업비가 100억원으로 70% 넘게 올랐는데 검찰은 늘어난 사업비 일부가 차씨 측에 흘러갔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자 박근혜정부 들어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차은택(구속)씨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밖에도 차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알려진 창조경제혁센터 제주센터 관계자, 국토연구원 관계자 등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고 보고서에 적혀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월 관광공사가 중문골프장 인근에 K팝 공연장 조성 등 사업을 진행하며 한국관광개발연구원과 H건축사무소에 용역을 줘 만든 최초의 보고서다. 중문단지에 2018년까지 1500억원을 투입해 20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이 사업은 차씨의 배후조종 의혹이 제기된 뒤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관광공사는 지난해 11월 추진 계획 보고를 시작으로 지난 1월 전문가 아이디어 회의를 실시했다. 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당초 중문골프장은 제주도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문체부 측의 요청 등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개발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해 초기 관광공사가 개발사업에 회의적이었음을 시사했다.

윤 전 교수는 “차씨가 아니고 관광개발연구원에서 먼저 연락이 와 당시 관광공사의 중문골프장 사업과 관련해 타당성 검토를 진행했다”며 차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또 시공테크 A본부장도 “시공테크 출신의 관광개발연구원 관계자가 도움을 요청해 와서 자문을 해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개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자문위원 선정과 관련해 “자문위원은 연구원이 자문위원 후보군을 용역 발주처에 보내면 발주처가 직접 위원을 선정한다”며 “당시 문체부 산하 창조융합본부와 관광공사에서 선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당시 창조융합본부장이 바로 차씨다.

앞서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60·구속)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7·개명 전 장유진)씨 등 최씨 일가가 중문골프장이 위치한 서귀포시 인근에 약 6만6120㎡(2만평)에 달하는 토지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돼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타당성 용역 끝에 나온 관광공사의 ‘불가능’ 의견에도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관광공사에 압력을 넣어 사업을 강행시켰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