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위기, 극복 어떻게”… 고민 깊은 학계

서울대 교수협, 시국토론회 가져/연대교수 440명도 시국선언 가세/국정교과서 철회 요구도 거세져 대학 교수들이 “최순실 게이트로 헌정이 공백상태에 빠지면서 대한민국이 유신시대로 되돌아갔다”고 한탄하며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별로 역사적 규모의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들은 석학 초청 토론회를 열어 비판의 날을 세우고 해법을 모색하는 등 목소리를 점점 키우고 있다. 정부가 강행 중인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라는 주장도 최씨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려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15일 교내에서 ‘헌정위기, 누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을 초청해 시국대토론회를 열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국정화 폐기를 위한 전국 대학 역사·역사교육 교수’ 단체가 15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에서 중·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 정국을 “1980년대 말 민주화 이후 커다란 정치적 격변이자 헌정 위기의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시민들이 광장에서 분출하는 분노와 요구만으로는 작금의 문제가 풀릴 수 없다”며 정치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하야나 퇴진보다는 탄핵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탄핵 절차를 밟아야 국회와 국민이 헌법을 제대로 지키는 경험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가 성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착오적 ‘박정희 패러다임’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을 박근혜정부 파탄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우리 사회는 자율적 시민사회의 힘이 약한 반면 권한은 대통령에게 집중됐다.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 우리 국가는 작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간 영역으로 확대됐으며, 공적·사적 영역 사이의 모호한 공간이 확대돼 부패한 거래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날 연세대 교수 440명은 시국선언을 통해 “이번 사태의 모든 비리와 부패사슬의 정점에 대통령이 서 있다”며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철회하라는 학계 요구도 연일 거세지고 있다.

전국 102개 대학의 역사학·역사교육학과 교수 561명은 이날 서울 흥사단에서 성명을 내고 “정부는 역사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하고 28일로 계획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박진영·김범수·김주영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