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 대통령에 적용할 혐의는

재단 출연금 대가성 확인 땐 대통령 ‘제3자 뇌물죄’ 적용
'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적용될 혐의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이 15일 변호인을 통해 ‘당장은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도 향후 검찰 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의 수사 방향만 놓고 보면 박 대통령은 크게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직권남용 또는 뇌물죄), 청와대 기밀 유출(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대기업 강제 모금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독대를 했다고 알려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이날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불러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간의 ‘밀담’ 내용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대표자들이 15일 서울중앙지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함께 고발했다.
이제원 기자
검찰이 대기업 총수들과 박 대통령의 은밀한 만남에 집중하는 건 두 재단에 전달된 대기업 출연금의 성격 규명을 위해서다.

‘선의’가 아닌 부정한 청탁과 함께 건네졌다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 검찰은 대기업 총수들이 박 대통령과 독대할 때 기업 민원을 담은 면담 자료를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검찰이 대기업 강제모금 의혹과 관련해 최순실(60·구속)씨와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강제모금 의혹과 관련해 대가성이 드러나면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이는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도록 외압을 행사한 경우 성립한다.

또 대통령 연설문 등이 사전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최씨가 미완성 상태의 청와대·정부부처 업무문서를 받아본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박 대통령에게 공무상 비밀유출 혐의도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최씨에게 간 문서들이 정호성(47·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거쳐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 지시로 최씨에게 관련 문서를 넘겼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1차 대국민사과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며 최씨에게 자료를 보내도록 지시한 사실을 시인했다. 아울러 2013년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CJ그룹 이미경 전 부회장에게 퇴진을 압박한 의혹과 최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출전한 전국승마대회 감사와 관련해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에게 보복성 인사를 한 의혹 등 직권남용 혐의도 받고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