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공동 목표… 야권 ‘질서 있는 퇴진론’ 고심

정국 수습방안 논의 본격화 야권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공동 목표로 정하며 정국 수습을 위한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야권과 시민사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통령을 조속히 퇴진시키고 조속한 국정 정상화와 국민이 원하는 민주정부 이행을 위해 힘을 합쳐 퇴진운동에 박차를 가하도록 전력투구하겠다”며 비상시국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야 3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기구에서 정국 수습을 위한 퇴진론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 마련된 민주당 천막 농성장을 방문해 박범계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박 의원 등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민주당은 질서 있는 퇴진론을 결정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결단하시면 국회는 후속절차를 빠르게 정리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오후 기자회견에서 질서 있는 퇴진론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국민의당의 ‘질서 있는 퇴진론’과 정의당의 ‘비상시국연석회의’를 받아들이며 야권공조를 바탕으로 박 대통령 퇴진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야권에서 우선 거론되는 정국 수습방안 중 하나는 박 대통령이 촛불민심을 받아들여 즉각 하야하는 것이다. 이 경우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으로 60일 이내 조기대선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실정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황 총리가 내각을 이끌게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야권 주류의 생각이다. 우선 박 대통령이 퇴진을 선언하고 국회 추천 총리로 내각을 구성한 뒤 하야하는 방식의 단계적 하야론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단계적 하야 방식의 정국 수습안을 제시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가운데)이 15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청와대 단독회담을 철회한 더불어민주당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야권 공조를 당부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새누리당 비주류와 야권 일각에서는 헌법 71조를 통한 총리 권한대행 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궐위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국무총리가 대행하도록 한 조항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새 총리를 선출해 총리 권한대행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법적 해석을 놓고 다툼의 여지가 남아 있어 공감대를 넓히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하야든 탄핵이든 결국 선택권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게 야권의 고민이다. 하야는 박 대통령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을 때 가능하다. 탄핵은 야권에서도 꺼리는 선택지다. 탄핵안을 가결하기 위해서는 여당 의원 29명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새누리당 의원들 대상으로 탄핵 동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만 최장 180일이 걸릴 수 있다. 그 사이 정치지형이 어떻게 변화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헌재재판관 9명의 인적 구성을 보면 보수성향이 강하다. 야권의 기대와 다른 판결이 나왔을 경우 정국은 수습이 아닌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탄핵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의무사항이 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순실씨와 청와대 인사들의 공소장에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적시될 경우 탄핵안 발의를 미룰 수 없는 것도 현실이어서 고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