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15 21:22:12
기사수정 2016-11-15 21:22:12
지난 주말(11월12일) 100만여명의 뜨거운 함성과 촛불을 기억한다. 약 4년 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을 때와는 정반대의 심정이었다. 혹자는 "이제서야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최근 TV조선을 필두로 한겨레신문, JTBC 그리고 숱한 언론들이 쏟아내는 ‘최순실 게이트’는 차마 눈을 닫고 귀를 막고 싶은 참담함과 다름 없었다.
난세엔 희망을 갈구하기 마련이다. 지난 주말 전에는 ‘이화여대 다니는 대학생’의 울분에 공감했고, 12일에는 초등학교 5학년생과 선거 때마다 무조건 새누리를 찍었다는 부산 아주머니의 발언에 묘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서 9살 아이를 데리고 광화문 광장에 나갔고, 옛 친구들과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논쟁을 벌였다. 모두 한 마음으로 서로를 달래고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았다.
한때 광화문에서의 열기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이번 주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던 불안감이 눈 앞의 현실로 나타났다. 제1야당 대표가 소위 ‘영수회담’을 제안하자마자 청와대가 "얼씨구나" 하며 15일 오후 3시로 일정을 잡은 것이다. 물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저녁 늦게 "당론과 민심이 그렇지 않더라"며 박 대통령과의 독대를 철회하긴 했다. 속으로 "정치인 년놈들"이란 말이 튀어나왔다.
요즘 심정은 솔직히 불안 반, 자신 반이다. 불안은 민심이, 이웃이, 학생들이, 정치꾼들이, 무엇보다 내 자신이 ‘남 탓’을 하며 스스로 나가떨어질까봐 두려워서다. 그럼에도 애써 내 자식이, 친구가, 미래세대가, 일부 지각 있는 정치인들이 우리 사회·조국·민족·미래를 위해 앞장 서 깃발을 들 것이라는 믿음도 만만치 않게 자리한다. 이러한 심정에서 솔직히 누군가 "네 생각이 맞다"고 다독여줬으면 싶다.
‘새로운 시대, 따뜻한 세상’을 꿈꾼다는 소셜 기부 플랫폼 사이트 ‘
쉐어앤케어’(쉐케)가 15일 새로운 ‘사회 나눔’ 운동을 제안했다. 소위 ‘
19일 촛불집회를 위한 핫팩 지원 캠페인’이다. 쉐케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이다. 어떠한 금전적 부담 없이 페북의 ‘좋아요’(200원 기부)나 ‘공유하기’(1000원 기부)를 누르면 기업들이 목표액 전부를 대는 방식이다. 그간 진행한 기부사업만 140개가 넘는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사회 진보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쉐케는 자신한다. 페이스북 쉐케 페이지 정기구독자는 25만명이 조금 넘는다. 쉐케 캠페인을 계속해 지켜 보고, 클릭 하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수십만명이라는 얘기다. 쉐케의 이번 핫팩 지원 사업 대상은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은 물론 질서 유지를 위해 동원된 의경들도 포함됐다. 쉐케 황성진 대표는 이들을 "법치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위장된 기부캠페인은 아니다. 쉐케는 ‘촛불’ 캠페인을 스폰서 기업 없이 단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캠페인 영상의 첫 마디는 "용기를 가지고 다 함께 일어나십시오"이다. 영상 중간에는 "국민들은 나락으로 떨어진 나라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너를 위한 촛불이고 너를 위한 함성이야"라는 보기만 해도 눈물이 흐를 수밖에 없는 말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여러분의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이번 주말 민심의 분노와 열망에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쉐어앤케어가 영상 말미 조심스럽게 집어 넣은 문구다. 이어진 말은 다음과 같다. "추운 주말,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국민들을 위하여 따뜻한 핫팩을 선물하려 합니다. 여러분의 ‘공유’ ‘좋아요’로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응원해주세요." 핫팩은 쉐케가 19일 서울 시청역 광장 앞에서 직접 나눠준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