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16 18:59:21
기사수정 2016-11-16 18:59:21
비박계 중심 논의 본격화
새누리당 내에서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주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여당 내 야당’의 전략으로, 내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 퇴진을 반대하는 친박(친박근혜)계에서도 “(탄핵은) 국회가 판단할 일”이라며 탄핵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에 이어 유승민 의원도 16일 여당 내 탄핵 요구 대열에 합류했다. 유 의원은 이날 대구가톨릭대에서 ‘민주공화국과 사회적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분명한 증거가 나오면 국회는 그 즉시 탄핵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국회가 법을 따르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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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 전 대표, 심재철 국회부의장. 이재문 기자 |
비박계 대선주자들의 탄핵 주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중심에 선 박 대통령 문제를 털어내 내년 대선의 최대 악재를 조기에 제거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관측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이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성난 민심에 정치적 탄핵 상태에 빠져 최저 지지율(갤럽 5%)을 기록하자 박 대통령과 당을 분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비박계로서는 ‘탄핵’ 카드가 손해볼 게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 동의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비박계가 탄핵에 앞장선 점을 강조하며 야당보다도 선명성이 강해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부결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이 기각된다 하더라도, 정치권에 불어닥칠 탄핵 역풍을 이용해 보수층이 재결집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주장만으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비박계의 탄핵 전략은 지난 2012년 당시 이명박정부에 각을 세운 박근혜 대선 후보의 ‘이명박 지워내기’와 비슷하다”며 “당시 박 후보는 이명박정부 지지율이 폭락하자 정권을 비판하는 야당 노릇을 자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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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왼쪽)가 1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비박(비박근혜)계의 당 해체론을 “배은망덕한 주장”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친박계에선 탄핵 결정을 국회 몫으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후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탄핵은 국회가 판단할 문제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탄핵 관련 법적 요건을 봐가며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이주영 의원도 이날 “국회와 헌재가 결정할 몫이다. 법에 보장된 절차이기 때문에 누구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탄핵을) 제기하면 된다”고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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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오른쪽)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홍문종 의원. 이재문기자 |
친박 지도부 사퇴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극렬한 ‘집안 싸움’은 이날도 계속됐다. 비박계 핵심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이 대표 주재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일제히 불참하며 ‘보이콧’에 나섰다. 대신 오후 비상시국위원회에 집결해 박 대통령의 거취와 시국 수습을 위한 당 해체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 지붕 두 가족’ 행보를 이어가는 비박계에는 현 친박 일색 지도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도부 사퇴 로드맵’을 발표하며 잔뜩 몸을 낮췄던 친박계는 이날 정면돌파 모드로 돌아섰다. 최경환 의원은 이날 연석간담회에서 “지도부가 아무런 대안 없이 그냥 물러나는 것도 무책임하다”며 이 대표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친박 정우택 의원도 “당은 절대 분열돼선 안 된다”고 당내 단합을 촉구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