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17 19:49:55
기사수정 2016-11-18 09:21:48
수능 이모저모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전국 1183개 시험장 앞은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과 이들을 응원하는 가족, 후배 학생들로 북적였다.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후배들의 열띤 응원과 톡톡 튀는 문구, 도구가 총동원된 가운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재기발랄한 응원 문구들이 큰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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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문제된 최순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전북 전주시 기전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수능시험 문제로 풍자한 피켓을 들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
서울시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7시험장이 차려진 용산고 앞은 일찌감치 배문, 장충, 성동, 중경고에서 나온 후배들이 북을 치며 교가를 부르는 등 떠들썩한 응원전을 펼쳤다. 성동고 2학년 최모(17)군은 “선배들이 부디 실수하지 않고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며 “나도 내년에 수능인데 감회가 남다르다. 남은 1년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고 앞에서도 장훈, 문일고 재학생 20여명이 오전 6시부터 정문 양측을 점령한 채 선배들의 건승을 기원했다. 이들은 ‘야자의 힘, 수능대박!’, ‘열공한 당신, 수능대박!’, ‘내안에 답있다’ 등 다양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선배들을 맞았다.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간 뒤에도 가족들은 학교 안을 지켜보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외아들의 첫 수능시험 배웅을 왔다는 유모(49·여)씨는 “아들이 고생한 걸 아니깐 후회 없이 시험을 잘 마쳤으면 좋겠다”며 교문 앞에 서서 문이 닫힐 때까지 40여분간 서성였다. 외손자를 응원하기 위해 왔다는 김모(64·여)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목욕재계까지 했다”며 “오늘 손자가 실수 없이 무탈하게 시험을 보고 나오기만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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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마친 79세 최고령 응시생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응시생인 김정자(79·오른쪽) 할머니가 17일 오후 시험을 마친 뒤 고사장인 서울 쌍문동 정의여자고등학교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서문여고와 서초고 학생들이 시험을 치른 서초구 반포고 앞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패러디한 피켓이 등장했다. 서문여고 학생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담화문을 풍자해 ‘이러려고 대박났나. 만족감 들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와 수험생들이 지나갈 때마다 힘차게 흔들며 선배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인천 학익고와 연수여고 앞에서도 이 지역 고등학교 1, 2학년 100여명이 ‘우주의 에너지’, ‘우주의 기를 모아 합격’ 등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선배들을 응원했다.
여느 수능 때와 달리 지진이 계속되고 있는 경북 경주지역에서는 수험생들이 여진의 불안감 속에 시험을 치렀다. 경주 인근 지역에서는 9월12일 일어난 규모 5.8의 강진을 포함해 520여차례의 여진이 발생했지만 이날은 다행히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충남 보령에서도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충남도교육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예비시험장을 확보하고 전날 예비소집에서는 지진 대피 요령을 소개했다.
이번 수능에서도 교통사고가 나거나 고사장을 착각하는 등 혼선을 빚는 사례들이 발생해 순찰차·구급차의 긴급 수송작전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용산고에서는 시험장 입실 마감 5분여를 앞두고 용산공고로 가야 할 학생이 잘못 와 학생 수송을 마치고 교문을 빠져나가던 경찰차를 급하게 잡아타고 이동했다.
김선영·김범수 기자, 대구·인천·경주=문종규·이돈성·장영태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