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법조계 이어 국정원 전 간부도… 판 커지는 이영복 커넥션

검찰, 엘시티 개발 비리·로비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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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국가정보원 간부를 비롯한 부산의 정·관계, 법조계 고위인사들이 주거형 고급 리조트인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자인 이영복(66) 회장과 연관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국정원의 한 전직 간부는 57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이 회장이 세운 페이퍼 컴퍼니의 바지사장을 맡을 정도로 끈끈한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건축업계 등에 따르면 국정원 부산지부 처장을 지낸 A(66)씨는 지난해 4월 이 회장이 만든 페이퍼 컴퍼니 B사의 대표를 맡았다. 이 회사는 설립 1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이 회장이 실제로 소유한 G사로부터 부동산을 사들이고, 이를 담보로 부산은행에서 230억여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씨는 명의만 빌려주고 회사 업무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해변에 101층 복합시설 1개동과 85층 주거시설 2개동으로 구성된 엘시티(LCT)를 건축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
부시장급인 부산시 경제특보가 엘시티 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정기룡(59) 부산시 경제특보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엘시티 개발사업 시행사인 엘시티PFV 사장을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엘시티의 각종 인허가에 개입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 특보는 “이 회장과는 10여년 전 같은 동네에 살아 자연스레 알게 됐다”며 “이 회장이 요청해 전문경영인으로 일했을 뿐이고, 인허가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엘시티 비리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는 이날 오후 수사관들을 부산시청 11층에 있는 정 특보 사무실과 부산 기장군 자택에 보내 컴퓨터 파일과 서류 등을 압수했다.

부산 법조계 고위 인사들도 이 회장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흘러나오고 있다. 검사장으로 퇴임한 한 전관 변호사는 현재 이 회장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됐으며, 부산지검장 출신 다른 전관 변호사도 수사 초기 이 회장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됐다 사임하는 등 연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분양과 관련해 전관 변호사와 전직 고위공무원 등 부산지역 유력인사들이 ‘사전 청약’ 수법으로 엘시티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얘기가 건설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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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날 이 회장과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같은 친목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이날 이 회장과 최씨가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진 친목계 계주 김모씨의 서울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수사관들을 보내 김씨 집과 사무실 등지에서 친목계와 관련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서류와 자료 등을 확보했다. 구체적으로는 친목계 회원 명단과 곗돈 납입·지출 내역 등이 담긴 서류를 집중적으로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은 이 회장이 엘시티 시공사 유치와 1조7800억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으려고 같은 친목계원인 최씨에게 청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자주 출입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고급주점 사장의 집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엘시티 시행사 비자금 570억원의 사용처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씨가 횡령했거나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570억원 가운데 절반 정도를 자신과 가족의 부동산 취득, 개인 채무변제, 생활비, 본인이 실제로 운영하는 차명 계열사 운영비 등으로 썼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570억원의 조성 경위와 수법, 사용처를 조사하려고 이씨가 실질 소유주인 특수관계회사와 페이퍼 컴퍼니 등 회사 10여 곳의 계좌를 추적조사하고, 해당 회사의 임직원과 회계담당 직원 등을 불러 조사했다.

엘시티 개발사업은 3조여원을 들여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부지 6만5000㎡에 101층 랜드마크 타워 1개 동과 85층 주거 2개 동을 짓는 매머드급 건설 프로젝트로, 지난해 10월 착공해 2019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