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앞둔 최순실 국정농단 ‘발뺌’ 일관

“차은택·고영태가 날 이용… 배신당했다” 검찰과 막판 신경전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60·구속)씨를 재판에 넘겨야 하는 시한(20일)이 임박했지만 최씨가 주요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검찰과 최씨 측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1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각종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이 오히려 측근들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강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차은택(47·구속)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고영태(40) 더블루케이 전 이사 등이 자신과의 친분을 내세워 주변에 무리하게 권세를 과시하다 문제가 생기자 자신에게 전부 덮어씌웠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무슨 사업을 하기 전에 꼭 내게 허락을 받듯이 얘기를 하고 갔다”며 “이제 보니 오히려 차은택과 고영태 등이 나를 이용하려 했던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현재 청와대 문건유출과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 롯데의 70억원 추가 지원과 수사정보 유출 의혹 등에 관련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녹음 파일을 듣고도 “연설문 등 일부 표현을 봐 드린 적은 있지만 국정개입은 하지 않았다”는 식이다. 


뻔뻔한 뒷모습 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18일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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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스포츠재단을 사유화하고 더블루케이 등 비밀 회사를 운영한 혐의에 대해서는 고씨와 차씨가 자신에게 자문을 하려고 일부 문서를 보여주고 의견을 구한 적이 있을 뿐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자신과 친인척이 찍힌 사진이 저장된 태블릿PC도 소유하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주요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는 최씨에게 국가적 혼란을 몰고 온 장본인으로서 진실 규명에 협조할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한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최순실 국정개입 방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76) 삼남개발 회장과 최씨가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정황을 확인했다. 최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 역시 우 전 수석의 장인인 고 이상달 삼남개발 회장과 같은 경북 고령 향우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회장이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되기 전 자신 소유의 골프장(기흥컨트리클럽)에서 최씨와 골프를 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 회장을 불러 최씨와의 관계, 사위인 우 전 수석을 최씨 측에 천거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