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의 학사 농단'… 피해는 학생들의 몫으로

“입학처장이 면접위원들에 ‘금메달리스트 뽑아라’ 지시” / 교육부, 정유라 입학 특혜 의혹 감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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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에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이 개입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또 정씨의 합격을 위해 면접위원들이 의도적으로 점수를 조작하고, 출석이나 학점 등 학사 부분에서도 특혜를 주는 등 지금까지 제기된 대부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이화여대에 정씨의 입학 취소를 요구하고, 최씨와 정씨, 특혜 과정에 개입한 이 대학 교수 등 20명에 대해 수사 의뢰 및 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준식(사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정유라 특혜의혹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이화여대 특감을 현장에서 지휘한 교육부 김태현 감사총괄담당관은 “입학처장이 감사 문답과정에서 ‘(최경희) 총장께서 정유라 학생을 뽑으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전 총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김 담당관은 전했다.

그러나 교육부 특감 결과 면접위원들이 정씨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했고, 일부 면접위원이 주도해 서류평가 결과 선순위자들에게 낮은 면접점수를 주도록 유도하기 위해 과락 대상자의 수험번호를 호명해 위원별 점수를 조정하는 등 정씨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 확인돼 당시 입학처장이었던 N교수의 진술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이에 따라 최 전 총장의 지시 여부나 학교 외부의 부당한 지시·압력 등에 대한 것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 됐다.

감사 결과 이화여대는 정씨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시점(2014년 9월20일)이 체육특기자 전형 원서접수 마감(2014년 9월15일) 이후임에도 면접평가에 반영했다.

당시 입학처장은 정씨가 면접고사장에 금메달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허가하고 면접위원들에게도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강조했다. 정씨는 면접 당시 면접위원들에게 “금메달을 보여드려도 되나요?”라며 테이블 위에 금메달을 올려놓기도 했다.

정씨는 지난해 입학 이후부터 올해 여름학기까지 총 8개 과목의 수업에 한번도 출석하지 않았고 출석 인정 대체 자료를 내지 않았는데도 출석이 인정됐다. 시험 미응시, 과제물 미제출 등에도 성적을 받았다.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연구’ 과목 담당교수는 정씨가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자 본인이 직접 액세서리 사진, 일러스트 등을 첨부해 정씨가 제출한 것으로 꾸몄다. ‘K-MOOC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에서는 정씨의 대리수강을 하고 대리시험을 본 흔적도 발견됐다.

교육부는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법령 및 학칙에 따라 정씨의 입학을 취소하도록 이화여대에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신입생 모집 정지, 정원 감축 등의 후속 조처를 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화여대가 받고 있는 정부재정지원사업 등에 대해서도 사업비 감액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화여대는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와 관련해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부실한 입시 및 학사 관리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련자에 대한 징계와 정유라 학생의 입학취소 등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우·박진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