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유라 이대 ‘학사농단’ 윗선 개입 의혹 밝혀내야

교육부가 어제 발표한 이화여대 특별감사 결과 이 대학 입학과 학사관리에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부당한 특혜가 제공된 것이 확인됐다.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정씨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시점이 원서 접수 마감 이후였는데도 이대는 수상실적을 면접평가에 반영했다. 방법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이대 입학처장은 면접위원들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했고, 정씨에게만 면접장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반입하도록 허용했다. 일부 면접위원들은 정씨보다 서류평가 점수가 높은 2명에게 낮은 면접평가 점수를 주려고 해당자 수험번호를 호명해 위원별 점수를 조정했다. 공정해야 할 입시 현장에서 대학은 야바위꾼처럼 굴었다. 이대가 부당하게 불합격시킨 2명은 구제할 방법도 없다고 한다.

정씨 입학 후엔 교수들이 출석 대체 근거 없이 출석을 인정하고 시험을 보지 않거나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아도 학점을 줬다. 8개 과목은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지만 교수들은 출석을 인정했다. 담당교수가 정씨 대신 과제물을 만들어 제출하기도 했고, 정씨가 기말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는데도 본인 명의의 답안지가 제출되기도 했다.

이대는 정씨에게 온갖 특혜를 주려고 학교 전체가 한통속으로 움직였고 대학 입시·학사관리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이게 대학인가 하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교육부는 이대에 정씨 입학 취소와 특혜 관련자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또 특혜 제공 혐의가 인정되는 교수들을 업무방해죄로 고발하고 추가 확인이 필요한 최씨 모녀와 최경희 전 이대 총장도 수사의뢰 하기로 했다. 130년 전통을 지닌 명문사학의 명예는 비선 실세 딸 한 명 탓에 땅에 떨어졌다.

교육부 특별감사에 문제가 많다. 교수들이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특별감사에서는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관련자들의 연구비 과제 무더기 수주가 반대급부라는 의혹이 제기되지만 교육부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핵심을 비켜간 부실 감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수사권 없는 행정감사라는 이유로 검찰에 떠넘긴 것이다. 검찰은 앞으로 윗선 개입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외압은 없었는지, 최 전 총장이 지시했는지, 교육부 등 당국이 개입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대학을 관리 감독하는 교육부도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책임이 말로 끝나선 안 된다.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