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19 09:43:00
기사수정 2016-11-20 11:22:20
‘최순실 연예인’이란 키워드가 등장한 지 2주가 넘었다.
이 말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지난 3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최순실씨와 조카 장시호씨가 연예계에도 침투했고 이름만 대면 온국민이 다 아는 가수가 특혜를 받았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갑자기 생겨났다.
이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 눈과 귀는 ‘최순실 게이트’에만 관심이 집중됐을 뿐, 연예계 쪽으로는 향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안 의원의 의혹제기로 연예계에 옮겨 붙으면서 여러 연예인이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휩싸이며 큰 곤욕을 치렀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차움병원을 이용하면서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길라임'이란 가명을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자 당시 극중 여주인공을 맡았던 하지원도 마지막 주자로 구설수에 올라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한복 홍보대사로 대통령을 ‘한복 패션쇼’에서 만난 것이 화근이었다.
연예계는 이처럼 ‘최순실 꼬리표’를 달게 되면 그동안 쌓은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인생 자체가 끝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다들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 툭 터져나올 루머에 휩싸이지나 않을까 걱정이 크다. 하지원은 차움병원에서 ‘길라임’이라는 예명이 나와 어쩔 수 없이 ‘최순실 연예인’으로 오해를 받을 뿐 안 의원의 폭로와는 무관하다.
어쨌든, 안 의원은 ‘최순실 연예인’이 누구인지 실명을 밝히겠다고 호언장담해 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실명 공개’는 사실상 물 건너 간 듯 보인다. 연예계도 ‘최순실 연예인’ 의혹은 더는 확산하지 않고 있다. 한창 관심이 최고조에 달할 때 루머에 이름을 오르내린 싸이, 이승철, 제시카 등 일부 연예인만 치명적 명예손실을 입었다.
안 의원은 끝까지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더라도 연예인 축구단인 ‘회오리축구단’을 거명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행사에 자주 등장했다는 표현 때문에 싸이와 이승철이 의혹의 대상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싸이가 ‘회오리축구단’ 회원이었다는 잘못된 보도가 원인을 제공해 ‘최순실 연예인’으로 제일 먼저 루머에 휩싸이자 YG엔터테인먼트가 곧바로 공식입장문을 내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사실 싸이를 잘 아는 측근들은 “싸이는 원래 운동을 싫어한다. 축구에 ‘축’자도 모를 정도로 운동에는 소질이 없다”며 ‘회오리축구단’과의 관련설을 일축했다.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도 지난 10일 SBS 사옥에서 “싸이와 차은택 감독에 대한 찌라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왜 그런 루머들을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며 “최순실 연예인 연관성에 대해선 0%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반박했다. 그 후 싸이에 대한 ‘최순실 연예인’ 연루설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가수 이승철도 마찬가지다. 안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날 늦은 밤 이승철은 장문의 공식입장문을 언론에 내보냈다.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등 국제행사에 출연하게 된 경위와 절차를 조목조목 상세하게 전했다.
이승철은 이날 안 의원이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사회자가 이 모 가수라고 했을 때만 해도 전혀 이름이 거론되지 않다가 한 종편방송 뉴스에 마치 자신을 암시하는 듯한 화면(모자이크 처리)이 전파를 타자 부랴부랴 공식입장문을 발표했다.
이후 이승철 역시 ‘최순실 연예인’연루설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소녀시대 전 멤버 제시카도 시중에 나도는 찌라시(사설 정보지)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곧바로 강력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의 중심에서 비켜나갔다.
‘최순실 연예인’의혹은 실명을 밝히겠다는 안 의원의 강경한 태도가 주춤하면서 잠잠해진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다. 안 의원은 최근 라디오방송에서 “당시 최순득, 장시호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 손을 뻗쳤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한 방송에서 간략히 언급했는데 몇몇 연예인들이 난리를 치더라”며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무책임한 발언이 사실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이제는 연예계에도 혼란만 가중시키는 의혹 제기는 지양돼야 한다.
추영준 선임기자 yjch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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