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19 21:22:54
기사수정 2016-11-19 21:22:54
“대통령은 물러나야 합니다.”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광주 10만 시국 촛불대회'에 참여한 10여명의 초등학생들은 '하야가'에 맞춰 율동을 한 후 한목소리로 대통령의 하야를 외쳤다.
이날 모인 3만명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사회자가 이 초등생들에게 누가 물러나야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통령이라고 답해 또 한번의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는 광주촛불집회에는 3만명이 참여했다.
박근혜퇴진광주시민운동본부는 18일 오후 6시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주최 측 추산 3만명(경찰추산 1만명)의 시민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옛 도청서 옛 광주은행 본점까지 도로와 인도에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금남로는 촛불과 피켓 물결을 이뤘다. 1987년 6·10민중항쟁 이후 이처럼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이날 집회에는 박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해 주목을 받고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참여했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장휘국 교육감, 광주지역구 국회의원, 주요 정당 당직자 등이 참석해 촛불을 들고 대통령 하야를 함께 외쳤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이게 나라냐' '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인가?' '내가 이러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이 됐나' '국민의 명령이다. 퇴진하라' '방빼' '3.5%의 법칙' 등 손피켓을 들고 박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수능을 마친 수험생이 대거 참석해 '당장 내려와'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어 주목을 받았다. 정치인과 농민, 종교인, 시민사회단체, 직장인, 대학생, 중·고등생,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정주부 등 세대와 계층을 망라해 집회에 참가했다.
'님을위한행진곡 제창'으로 시작한 이날 집회의 하이라이트는 자유발언대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 등 미래의 주역들이 국정농단 정국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전남 외국어고 한 수험생은 “어제 수능 봤는데 너무 어려워서 마음이 착잡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착잡한 것은 이 나라꼴이다. 박대통령은 최순실씨의 꼭두각시로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며 대통령의 자리를 국민에게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삼육중학교 한 학생은 “최순실이 누굽니까. 최씨가 대통령입니다. 박대통령은 왜 최씨에게 국정을 넘겼을까요. 그 죄가 너무큽니다. 당장 물러나야 합니다”고 발언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중학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여중생은 “학교에서 불의에 눈 감아서는 안된다고 배웠습니다. 이게 불의 아닙니까. 그래서 최씨의 잘못을 바로 잡으려고 나왔습니다”고 말해 또 한번 박수세레가 이어졌다.
이어진 자유발언에는 공무원 노조와 일반시민들이 나와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사회단체에서는 개사곡에 맞춰 율동을 하면서 박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쳐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자유발언에서 시민들은 최순실은 물론 박 대통령과 사태를 키운 새누리당을 차례로 비판했다.
이날 집회는 광주 10만 시국 촛불대회 시국선언문 발표로 마무리된다.
시국선언문에는 "우리 주권자들은 국정과 헌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을 환수하기 위해 나섰다"며 "정권을 퇴진시키는데 머물지 않고 반드시 '국민권력'을 탄생시키는 것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촛불집회에 앞서 각 단체들의 개별 항의행진과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광주시민상주모임은 금남공원에서 5·18민주광장까지 행진한 데에 이어 광장에서 '박깨기 퍼포먼스' 등을 진행했다.
민주노총은 광주공원에서 민주광장까지 100명 자전거 행진과 500명 도보행진을 개최한 후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전남대 학생들은 시국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이날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 정문에서 민주광장까지 3.2㎞를 행진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