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19 23:07:44
기사수정 2016-11-19 23:07:44
“우리는 그(박근혜 대통령)가 여성이라서, 강남 아줌마라서 분노하는 게 아닙니다.”
19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 주최 측 추산 60만명(경찰 추산 18만명)이 모인 촛불집회 행사 진행 중 사회자는 이같이 말하며 “우리는 국정농단에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전 시민 자유발언 과정 중 무대에 오른 한 중년 남성이 박 대통령을 “미스 박”이라고 수차례 지칭하며 희화한 발언에 대한 지적이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도 박 대통령은 물론 여성 일반을 향한 혐오 발언이 간간히 터져나왔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이를 ‘여성 혐오’로 규정하고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대부분 시민들은 자극적인 혐오 발언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제지하는 등 성숙한 태도로 일관했다.
실제 한국자유총연맹 김경재 회장은 이날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박사모 등 보수단체 집회에서 “한국 아줌마 중 보톡스 안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같은 시민 자유발언 무대에 오른 시민단체 활동가 최이삭(여)씨는 ‘대통령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을 인용하며 “참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최씨는 “여자니까 어쩔 수 없는 식의 잘못된 편견, 일상적인 성차별, 그간 여성으로서 가진 고민의 시간을 몽땅 부정당한 기분이었다”면서 “박 대통령은 스스로 혐오 받기를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씨는 “시민들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혐오받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미스 박’, ‘XX년’ 등 혐오 표현을 몰아내고 국정농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경유착, 세월호 7시간 등 명명백백 날카롭게 파헤쳐야 하는 문제를 ‘여자가 정치하니까’로 뭉개면 안 된다”며 “박 대통령이 점점 혐오적 여성으로 소비되는 듯하지만 우리만은 그렇게 소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