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20 14:32:22
기사수정 2016-11-21 10:53:30
검찰 특별수사본부, "박 대통령 피의자로 입건" 발표
‘피의자 박근혜.’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에 입건됐다. 건국 이래 현직 국가원수가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형사소추 금지를 규정한 헌법 84조 때문에 재임 중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임기 후에는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한다. 물러나지 않고 버티면 최악의 경우 차기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직후 법정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비선 실세 최순실(60)씨,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3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이들 3인과 공모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혀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우선 최씨, 안 전 수석과 직권남용의 공범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소속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총 774억원을 강제로 출연하도록 강요한 대목에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 등과 공모해 롯데그룹에 “경기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 비용”이라며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교부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 등과 공모해 현대차그룹에 최씨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 KD코퍼레이션이 11억원 규모의 납품을 할 수 있도록 강요한 단서와 역시 최씨가 실소유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원어치 일감을 주도록 강요한 단서도 잡고 나란히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박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는 이뿐이 아니다. 검찰은 안 전 수석 등이 포스코그룹으로 하여금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게 하고 최씨가 운영하는 회사 더블루K가 펜싱팀 매니지먼트를 맡기로 약정하도록 강요하는 과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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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순실 의혹 관련 수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 대통령은 KT가 최씨가 실소유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주는 과정,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장애인 스포츠단을 창단하고 선수들이 최씨가 운영하는 더블루K와 전속계약을 맺는 과정 등에도 개입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등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박 대통령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2013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정부 고위직 인사, 국무회의 대통령 말씀 자료, 대통령 비서실 보고 문건, 외교자료 등 180건의 문건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180건 중 47건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최씨,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거의 모든 범행이 박 대통령과의 공모 아래 이뤄졌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발표 전에 공범 관계가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지 절차를 거쳐서 박 대통령을 정식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설명했다.
피의자로 입건은 됐으나 현직 대통령의 형사소추 면제 특권이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당장 체포되거나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임기를 채울 경우 차기 대통령 임기가 시작하는 2018년 2월25일 오전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 대통령과 나란히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행사가 끝난 직후 법정으로 향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