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악몽 털고… 박태환, 부활의 날갯짓

도쿄 아시아 수영선수권대회서 4관왕 재기 신호탄 ‘마린보이’ 박태환(27)이 아시아 수영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올라 ‘리우의 악몽’을 털어냈다. 4년 뒤 도쿄올림픽 출전의사를 밝힌 박태환의 새로운 도전은 이제부터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던 박태환이 도쿄올림픽에 나가게 되면 5회 연속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

박태환은 올 한 해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금지약물이 검출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받은 18개월 자격정지가 지난 3월 풀렸지만 이후 더 큰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지만 대한체육회는 도핑 적발된 선수는 해당 경기단체 징계 종료로부터 3년 동안 국가대표 선발을 제한한다는 이중처벌 조항을 들어 대표 선발을 거부했다.

체육회는 고의로 시간을 끌다가 엔트리 마감일을 넘기려 했다. 박태환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와 국내 법원 가처분신청을 통해 대표팀에 합류한 것은 올림픽 개막 1개월 전이었다. 이 때문에 훈련에만 집중할 수 없었고 박태환은 올림픽에서 전 종목 예선탈락이라는 충격을 맛봤다. 


‘마린보이’ 박태환이 아시아 수영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며 경기력을 회복했다. 박태환은 이제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박태환은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지난달 제97회 전국체전에서 2관왕에 올랐다. 또 20일 끝난 아시아 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4관왕(자유형 100m 200m, 400m, 1500m)을 달성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제대회 4관왕은 4년5개월 만이다. 리우올림픽 100m에서 49초24, 200m에서 1분48초06, 400m에서 3분45초63의 부진한 기록으로 모두 예선 탈락한 뒤 1500m는 아예 출전을 포기했던 박태환이 불과 3개월여 만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유형 100m 결선에서 세운 48초57은 2014년 개인 최고기록과는 불과 0.15초차다.

박태환의 목표는 세계 정상 복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 수영의 중심에 섰던 박태환은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보다 2초가량 뒤진다. 박태환의 올해 자유형 400 최고기록은 전국체전에서 세운 3분43초68이다. 어릴 때부터 박태환을 곁에서 지켜본 노민상 전 국가대표 감독은 “30살이 넘은 마이클 펠프스도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정신적인 면에서 성숙한 게 느껴지는 만큼 다시 세계무대에 돌아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태환 측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2007년을 생각하며 내년에는 최대한 많은 대회, 종목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태환은 다음달 6일부터 11일까지 캐나다 윈저에서 열릴 제13회 쇼트코스(25)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한편 박태환 측은 체육회의 독소조항에 부딪혀 각계의 지원을 호소하던 지난 5월 25일 국정농단을 한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을 등에 업고 막강 권력을 휘두르던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 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며 협박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박태환 측은 조만간 김 전 차관이 지난 5월 박태환 소속사 관계자,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함께한 자리에서 박태환을 협박·회유한 녹취록을 공개할 예정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한체육회가 집요하게 도핑 규정을 내세워 박태환을 국가대표에서 탈락시킨 배경에 김 전 차관의 압력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박태환이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포기 협박을 받았다면 심적 고통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씨는 “김 전 차관이 태환이한테 올림픽 보내지 못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협박을 했다면 태환이는 생각하기 싫은 기억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