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21 15:40:44
기사수정 2016-11-21 15:40:44
피의자로 전락한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조사에 불응키로 하는 등 강경모드로 전환했다. 박 대통령 측은 앞으로 ‘중립적인’ 특별검사 조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혀 특검 임명을 놓고서도 정치권과 힘겨루기를 예고했다.
박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결과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소나기는 피하고 바람 앞에 갈대는 고개를 숙이는 법. 하지만 소나기는 지나가고 바람은 흩어지게 마련이니 들끓는 민심이 조금이나마 가라앉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인식 그대로다. 30%대의 콘크리트 지지층 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부를 재결집한다면 임기를 지키면서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는 판단인 듯하다.
박 대통령 측은 ‘반발 후퇴’와 ‘말 바꾸기’ 전술로 국면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다. 처음에 최순실씨 의혹이 제기됐을 때 최씨 이름조차 외면하던 박 대통령은 JTBC의 태블릿PC 국정자료 유출 보도가 있자 10월25일 처음으로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 짧게 인정했다. 11월4일 대국민 담화에서는 “검찰과 특검 조사를 수용하겠다”고 했다가 시일을 계속 늦추더니 결국 검찰 조사 자체를 거부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의 버티기 속에서 야권의 선택은 탄핵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탄핵을 해 볼 테면 해보라는 게 박 대통령 측 속내다. 탄핵소추안 발의와 국회 통과, 헌법재판소 심판을 밟다 보면 대선 정국이다.
반면 야권은 초기 대응부터 전략 부재의 연속이었다. 하야와 탄핵을 놓고 우왕좌왕하더니 거국중립내각, 과도내각 등 중구난방식으로 얘기하다가 11월12일 100만 촛불 시위를 전후해서야 ‘질서있는 퇴진’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든, 퇴진이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이상 탄핵 외에 선택지가 없다.
문제는 탄핵 과정에서 국정을 책임질 국무총리다. 박 대통령이 지난 8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합의로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한 제안을 야권이 받아들이지 않은 건 전술적 실수다. 새누리당 의원 29명을 끌어들여 탄핵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더라도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 때문이다.
야권의 주요 대선주자들이 20일 탄핵과 함께 총리 국회추천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야권이 탄핵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회에 총리 추천권을 내줄 이유가 없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이 22일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야당이 계속 거부를 해왔다. 여러 주장이 나오는 것 같은데 지금 상황이 변화가 있기 때문에 지켜보자”고 말한 게 의미심장하다. 정 대변인이 얼마 지나지 않아 “총리 권한에 대해 한 말에서 입장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으나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탄핵을 하겠다는 야권에 순순히 총리직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야권으로서는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을 쥔 총리를 내세우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지만 플랜B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대통령이 거부하는 경우도 대비하자는 것이다. 플랜B는 바로 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책임총리로 내세운 김병준 후보자이다. 야권으로서는 100%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보다는 나을 것이다. 박 대통령도 김 후보자 카드를 쉽게 거부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박희준 논설위원 july1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