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21 19:54:15
기사수정 2016-11-21 19:54:15
부지매입·컨설팅 이미 수천억원 투입… 1조4000억 사업 정부 지원마저 ‘싹둑’
자금 부담에 투자유치 막혀 ‘설상가상’…“국민들 시선 따갑지만 사업 일단 지속”
‘최순실 게이트’ 파장이 확대되면서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의 하나로 CJ그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K-컬처밸리’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예정돼 있어 외부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투자자들과의 협상이 미뤄지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21일 CJ그룹 관계자는 “700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처들과 진행하던 논의가 답보 상태”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투자처들이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K-컬처밸리는 경기도 고양시 약 30만㎡(9만1000평) 면적에 한류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공연장·쇼핑몰·숙박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하지만 정부의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을 주도한 차은택씨 등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K-컬처밸리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창조융합벨트’의 내년도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 정부가 이 사업을 특정인의 이권 개입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문체부는 지난 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문제사업 예산 조정안’을 제출했다.
이 안에는 최순실·차은택 관련 의혹 예산이 42개 항목, 3570억7000만원 이라고 명시돼 있으며 그중 19개 항목의 731억7000만원(25.5)을 삭감하겠다고 설명했다. 삭감 항목에는 K-컬처체험관 등 운영비용을 비롯해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확산 등이 포함돼 있다.
최종 확정안은 아니지만 차은택씨 등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삭감액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CJ 관계자는 “이미 관련사업을 위해 상업·숙박시설 및 공연장 부지 등 6만6000㎡를 1600억원에 매입했고, 계약금 285억원을 지불했다”면서 “컨설팅 비용, 개발 계획 수립 등에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등 현재까지 수천억원을 투자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컬처밸리에 총 1조4000억원가량을 투자해야 하는데 정부의 예산 지원이 크게 줄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가 떠맡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K-컬처밸리가 우여곡절 끝에 첫발을 내딛더라도 사업의 지속성 여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순실씨 등 대통령의 비선 실세 연루 의혹과 함께 정부의 각종 문화사업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과 최순실, 차은택이 K-컬처밸리 사업에 관여했다는 것을 온 국민이 다 아는데, (문을 열면) 고객들이 오겠냐”며 “현재 국민 정서라면 K-컬처밸리 공사 현장에 국민들이 달려와 사업 중단을 요구할 판”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일단 사업 중단 여부 등을 놓고 논의한 끝에 사업을 지속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CJ의 다른 관계자는 “K-컬처밸리는 우리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사업의 확장성, 연계성 측면에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변함없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렇더라도 이래저래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곳곳에 암초가 너무 많은 게 현실이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