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특검카드’ 빼든 이유는…

‘중립성’ 빌미 특검 후보 임명 거부 가능성 / 변호인단 추가… 검찰 논리 깰 전략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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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피의자’가 된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특별검사의 조사만 받겠다고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나아가 박 대통령 측이 ‘중립적인 특검’을 강조한 것은 중립성 문제를 꼬투리 잡아 특검 수사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앞서 최순실 게이트에 관한 대국민담화에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지난 20일 구속기소된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함께 ‘공범 관계’로 규정되자 태도가 돌변했다.

법률 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검찰이 부실수사를 했다고 맹비난하면서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별검사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검찰의 박근혜 게이트 수사 중간 결과 발표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자 청와대에서 검찰 수사 거부 입장을 밝힌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김수남 검찰총장이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남정탁 기자
박 대통령의 입장 변화와 관련, 청와대의 검찰 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인 데다 검찰이 예상보다 ‘강수’를 들고 나오자 특검 조사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많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못한 채 최씨 등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 ‘피의자’로 적시하고 사실상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을 놓고 법조계 안팎에도 예상 밖이라는 시각이 많다. 검찰은 박 대통령 측의 반발에 “제기된 혐의는 99% 입증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로선 당혹감과 함께 검찰보다는 대통령이 임명카드를 쥔 특검 쪽과 승부를 보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청와대가 ‘법대로 탄핵절차를 밟으라’고 하면서 특검의 중립성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야당이 추천하게 돼 있는 특검 후보들의 성향을 문제 삼아 특검 임명을 미룰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특검법에는 야당이 추천한 후보를 대통령이 임명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방안이 빠져 있다. 경우에 따라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사가 특검으로 추천될 때까지 특검 임명을 거부하면서 시간을 끌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청와대가 박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 있는 증거를 인멸하거나 구속되지 않은 측근 인사들과 대응 시나리오대로 입을 맞추는 데도 유용하다. 청와대는 유 변호사 외에도 서너 명의 변호인단을 추가로 꾸려 최씨 등의 공소장에 나온 박 대통령 혐의에 대한 검찰의 논리를 깰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측이 특검 상황도 여의치 않다고 판단할 경우 역시 중립성 논란을 앞세워 특검 수사마저 비협조적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