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 대통령 98년 달성 보궐선거 때 최순실 일가, 2억5000만원 지원했다"

[추적보도] 최순실 17년 운전기사 육성 증언 / “최씨 모친도 대구 직접 내려가 박 대통령과 살며 선거 도와… 2000년 16대 총선 때도 자금 지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처음 당선된 1998년 보궐선거와 2000년 16대 총선에서 박 후보 캠프에 최순실씨를 비롯한 최씨 일가의 뭉칫돈이 유입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씨 일가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목표로 거액의 자금지원을 했을 뿐만 아니라 선거기간 최씨의 어머니 임선이(사망)씨가 박 대통령이 거주하던 대구 달성군 아파트에 상주하며 선거 지원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1998년 대구 달성에서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되고 난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 = 연합
이는 박 대통령이 최씨 일가의 조직적인 자금 및 인적 지원을 바탕으로 국회에 입성한 사실을 말해주는 데다 박 대통령이 이 같은 물적 도움에 대한 ‘빚’을 갚기 위해 취임 후 최씨와 관련된 국정 농단을 ‘공모’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국정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씨 일가의 운전기사로 17년간 일한 김모(64)씨가 지난 9일 수도권 인근 한 커피숍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인터뷰를 갖고 있다. 그는 1998년 보궐선거 및 2000년 16대 총선에서 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에 최씨 일가의 거액 자금이 유입됐다고 증언했다.
특별취재팀
1985년부터 2004년(1994∼95년 제외)까지 모두 17년간 최씨 일가의 차량을 운전했던 김모(64)씨는 지난 9일과 2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1998년 4·2보궐선거 개시 직전 “‘할매’(최씨의 모친 임씨)가 ‘우리 딸 너이(넷)하고 내(나)까지 해서 5000만원씩 내 2억5000만원인데, 니(네)가 잘 가지고 내려가라’고 말했다”며 자신이 자동차로 임·최씨와 함께 돈가방을 싣고 박 대통령이 사는 대구 달성군 대백아파트(105동 202호)로 내려갔다고 증언했다.

1998년 보궐선거와 2000년 16대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머물렀던 대구 달성군 화원읍 대백아파트. 박 대통령은 1998년 4·2 보궐선거 주소지로 사용하기 위해 이곳을 임대한 이후 2000년 6월 매입했다가 2012년 6월 매각했다.
대구=특별취재팀
그는 “돈가방은 1m가 넘는 길이의 밤색 여행용 가방이었다”며 “오전 8시가 조금 못돼 서울에서 출발해 3시간 20∼30분 정도 달려 오전 11시쯤 (대백아파트에) 도착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김씨는 돈을 옮긴 일주일 뒤쯤 임씨의 요청으로 잠긴 방문을 열어 주는 과정에서 우연히 가방 속의 돈뭉치를 보게 됐다며 “열려진 가방 안에는 돈이 가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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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기간 달성군 대백아파트에서 박 대통령과 함께 생활했던 임씨는 자신의 방 안에 돈 가방을 갖다놓고 선거캠프 관계자들에게 ‘007가방’ 등을 통해 돈을 건넸다고 그는 증언했다.

김씨는 2000년 실시된 16대 총선에서도 “1998년과 똑같았다”며 최씨 일가가 자금지원과 함께 임씨는 물론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 등을 보내 선거를 도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씨는 이 과정에서 ‘현금이 없다’며 자금지원에 난색을 표한 언니에게 “앞으로 나에게 부탁하지 마”라고 압박하는 방식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자금지원을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증언은 고 최태민씨의 친아들 최재석씨의 인터뷰나 의붓아들 조순제씨의 녹취록 내용과도 일치한다는 점에서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조씨는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서 “우리 모친(임씨)이 돈보따리 들고 가서 지구당 사무실에, 아파트(대백아파트)인가 하나 얻었대. 거기 앉아서 우리 모친이 돈보따리 다 풀고…”라고 증언한 바 있다.

세계일보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 측의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최순천씨의 자택을 찾았지만 특별한 대답을 듣지 못했고, 최순득씨의 자택엔 아무도 없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