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의 퇴진이 답이다

지난 12일 광화문에 광장에서 100만 시민의 함성이 청와대를 향하여 박근혜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불과 1달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여야를 떠나 어쩌다 나라가 이지경이 되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국민들이 하루아침에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서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로, 지난 2012년 대선 때 터진 국정원 댓글사건이다. 대통령 선거에 국정원개입이 눈에 보였지만 국민들은 기왕에 당선된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주는 지혜로운 선택을 하였다. 그렇다고 국정원 댓글사건을 박근혜정권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지금도 국정원 댓글로 인하여 대통령 선거가 조작 되었다는 생각을 가진 국민들이 많지만 박근혜 정권에서는 이를 명쾌하게 소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훈 국회의원.

둘째, 세월호 사건으로 수많은 우리 아이들을 떠나보낼 때 국가는 단 한명도 구출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에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시간에 무엇을 했다고 명확히 말하지 못하는 대통령에게 국민들은 좌절을 느꼈다.

셋째, 국회와 국민이 인정하지 않는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인사를 과감하게 임명을 강행하는 불통인사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명박정부때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인사’, ‘강부자(강남 부동산 자산가) 인사’라는 신조어를 낳으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토막 난 적이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이보다 훨씬 더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삼성 떡값 수수 의혹 등),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부실 답변, 전문성 부족) 등 8명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고, 이완구 국무총리(언론통제 발언 등) 등 11명은 야당의 반대 속에 보고서 채택이 이뤄졌다. 밀실 수첩인사라는 오명을 받았다. 이때도 국민들은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넷째, 국민의 의사와 무관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목소리를 냈을 뿐만 아니라 교육계도 크게 반발했었다. 최근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정 교과서를 주도했던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최씨의 최측근인 차은택씨의 외삼촌이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한 박근혜 대통령이 현행 역사교과서를 두고 ‘잘못된 역사를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는 요지의 말을 했는데 여기에도 대통령 연설문 고치기가 취미라는 최씨의 생각과 화법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다섯째, 검사출신 우병우 민정수석 감싸기로 인한 국민들의 실망감 극대화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능력은 뛰어나지만 동시에 비위검사의 상징이미지가 강하다. 올 7월경부터 각 언론에 의해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가 연쇄적으로 폭로되면서 사방팔방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박근혜대통령은 몇 달에 걸치는 기간 동안 우병우를 옹호하였고, 심지어는 ‘국기문란’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우병우를 보호하였다.

여섯째, 모두가 알고 있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이다. 앞의 5가지 사건들도 모두 하나같이 중대한 사건이지만 국민들은 꾹 참고 있었다. 아니 울고 싶었는데 빰 때려줬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거기에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이화여대 특혜입학과 학사관리는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국민 스스로 광화문거리로 나왔다.

대통령의 2번의 사과가 있었다. 하지만 성난 민심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결국 ‘하야’를 선택하고 말았다.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용서를 거듭했지만 이젠 그 끝을 보고야 만 것이다. 국민이 없는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100만의 촛불이 모였지만 평화와 질서를 지키는 모습에서 대통령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좌절은 다시 희망으로 타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주는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대통령은 조건 없이 퇴진하고 법의 심판을 받은 것이 대한민국의 존엄과 희망을 되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슬픔과 희망이 교차하는 2016년이 우리 역사에 부끄러움 없이 기록되기를 희망한다.

이훈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