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캄캄한 한국경제 솟아날 구멍은 있다

트럼프노믹스·최순실사태 내우외환
정치권·기업 제역할 해야 위기 벗어
한국경제에 악재가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완전 캄캄한 시계제로 상태다. 2012년부터 시작된 원·엔 환율 하락으로 수출이 둔화되면서 2012년 이래 연평균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았다. 제조업 가동률은 70%까지 하락해 주력산업은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3분기 전기비 성장률이 0.7%로 건설투자 성장기여도 0.6% 정부지출 성장기여도 0.2%를 제외하면 마이너스 0.1% 역성장이다.

이런 가운데 보호무역주의와 환율전쟁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중국제품 45%, 멕시코제품 35% 고율관세 부과를 선언하고 미국의 최대무역적자국인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은 한국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로 대미수출이 줄어 연간 성장률 0.24% 하락이 예상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경제학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경우 한국도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월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중국·독일·일본·한국·대만·스위스를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이 중 중국·독일·일본·한국이 대미흑자가 큰 국가다. 그중에서도 유로화를 사용하는 독일에 대해서는 남유럽 문제를 고려해 유로화 절상압력을 가하기 힘들 것이고 일본은 미국의 아시아 맹방이라는 점이 고려될 것이다. 결국 중국·한국만 남게 된다. 원화가치 절상압력이 높아지면 한국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은 불문가지다.

1980년대 후반에도 미·일이 중요 이슈였지만 원화도 덩달아 절상압력을 받으면서 수출이 급락했었다. 이번에도 미·중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중국 수출이 더욱 악화돼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 경우 수출의 26%를 중국으로 내보내는 한국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추가금리 인상도 임박했다. 트럼프가 공약한 1조달러 인프라투자 공약으로 인해 이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트럼프 발작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금리인상은 달러강세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는 신흥시장국의 자금유출을 초래해 외화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국은 외자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가 많은 취약가계의 부실을 가중시키고 기업부실도 악화시킬 우려가 커 진퇴양난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순실 사태로 국정공백이 심각하다. 트럼프 당선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등 메가톤급 파장이 몰려올 전망인데도 대책마련이 미흡하다. 내년도 경제정책계획 수립과 사상 최대 400조원 슈퍼예산심의도 졸속이 우려되고 있다.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이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발등의 불인 기업구조조정은 지연되고 있다. 기업들도 특검과 국정조사 대비로 완전 공황사태다.

우선 기업구조조정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내년 대선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외자유출에 대비해 충분한 외화유동성도 확보해야 한다.

1997년에도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연초부터 제기됐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한보그룹 특혜대출 의혹으로 국정공백 사태가 초래되면서 노동개혁은 불발되고 구조조정을 하지 못해 기업부실과 금융부실이 커져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외환위기가 초래됐었다. 2008년에도 광우병 파동에 따른 촛불시위로 미국발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외화 유동성 위기가 초래됐었다. 두 번의 위기가 모두 정쟁으로 인한 국정공백을 초래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여야 국회의원들은 정쟁을 자제해 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겐 국난이 닥치면 강해지는 위기 극복의 유전자가 있다.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이 위기를 이겨내자.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