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비박… "갈테면 가라"는 친박… 분당 치닫는 여당

남경필·김용태 탈당 공식 선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22일 새누리당을 떠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후 집권여당 인사의 첫 탈당이다.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 버티기에 비박(비박근혜)계 인사가 실제로 탈당하며 새누리당 분당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비박계 중진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탈당 대열에 합류할지가 추가 탈당 규모를 결정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이 탈당한다면 1997년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출범 후 보수정당의 분당이 20여년 만에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경기지사(오른쪽)와 김용태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남 지사와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공식선언했다. 두 사람은 신당 창당 추진 계획도 밝혔다. 남 지사는 “헌법 가치를 파괴하고 실정법을 위반해 가며 사익을 탐하는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최고의 권위를 위임받을 자격이 없다”며 “생명이 다한 새누리당을 역사의 뒷자락으로 밀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국민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공범이라고 말한다”며 “(청와대와 친박계가) 죽을 죄를 지었다고 자복하고 처벌을 기다려도 모자랄 판인데 고개를 빳빳이 들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기고만장하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탈당 이후 박 대통령 탄핵 가결을 위해 새누리당 의원들을 설득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 탄핵을 탈당 및 신당창당의 정치적 명분으로 제시한 것이다. 남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이 자신의 탈당을 무산시키기 위해 회유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정치 행태는 밤의 세계에서 조직폭력배들이나 하는 모습”이라고 서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 의원 측은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의아하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선언을 한 뒤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두 사람 탈당에 대해 친박계는 ‘갈 테면 가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곤경과 어려움에 부닥친다고 해서 마치 이 조직원이 아닌 것처럼, 자신은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사람인 것처럼, 자기만 이슬 먹고 큰 사람처럼 그런 식으로 아닌 척한다고 해서 국민이 아닌 것으로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당내에서는 추가탈당 움직임이 감지된다. 신당이 탄핵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탄핵에 찬성한 비박계 의원들이 이를 명분 삼아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 여론 지지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수도권 전·현직 의원들이 조만간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 지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탈당을) 고민하고 계신 것으로 확인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유력 대권주자 부재 등의 이유로 실제 탈당자는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재선의원 모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비박계 의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김 전 대표와 유 의원 입장에는 온도차가 있다. 이날 기자들의 탈당 가능성 질문에 김 전 대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답했고, 유 의원은 “당에 남아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 지역기반인 TK(대구·경북) 출신 유 의원보다는 PK(부산·경남)를 대표하는 김 전 대표 탈당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일부 중진의원들이 타협책으로 제시한 조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 최고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도 변수다. 지난주 김 전 대표와 친박계 실세 최경환 의원도 정진석 원내대표와 함께 연쇄회동을 갖고 비대위 구성 등 당수습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