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재판관 임기 만료… 탄핵 심판 ‘변수’

헌재 후임 문제도 ‘최순실 불똥’ ‘산 넘어 산.’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한다고 해도 실제 탄핵이 이뤄질지는 물음표다. 탄핵 결정권을 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 돌입하고 최종 결론을 내놓기까지 장애물이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당장 박한철 헌재소장이 내년 1월 말 헌재를 떠나는 것부터 중요한 변수다.

박한철 소장
◆새누리당 소속 법사위원장이 검사 역할

새누리당 하태경,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22일 ‘박 대통령 탄핵 소추를 위한 긴급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 대통령이 헌법상의 탄핵 요건(법 위반의 중대성)을 충족하더라도 헌재의 최종 심판 결과는 속단하기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은 “현재 헌법재판관의 구성이나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탄핵 심판 부결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야당 추천 인사는 김이수 재판관 1명뿐이다. 다른 재판관은 대체로 보수적인 색채의 인물들이고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지명했다.

탄핵심판의 경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이 된다. 소추위원은 일종의 검사 역할인데 현재 법사위원장은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의원이다. 권 의원은 비박계 의원이지만 이번에 ‘최순실 특검법’ 처리에 반대했다. 여당 소추위원이 과연 박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정미 재판관
◆박한철 헌재소장 내년 1월 퇴임

박 소장은 내년 1월31일 임기가 만료된다. 이정미 재판관 역시 두 달 남짓 후인 내년 3월13일 법복을 벗는다. 헌법 113조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탄핵심판이 길어지면 박 소장과 이 재판관이 잇따라 퇴임하면서 재판관이 7명밖에 남지 않게 된다. 나머지 재판관 중 2명만 반대해도 탄핵은 불발되는 셈이다.

결국 후임 소장, 재판관 임명이 중요한데 이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국회가 탄핵소추 의결을 하면 박 대통령은 그때부터 권한 행사를 할 수 없어 재판관도 임명하지 못한다. 재판관 충원이 지연되면 심리 기간도 그만큼 연장될 수밖에 없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한걸음 더 나아가 “(박 소장과 이 재판관이 물러난 뒤) 남은 재판관 7명 중 1명이라도 ‘탄핵을 막아야겠다’고 사퇴하면 식물 헌재가 돼 (아예) 표결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재판관이 7명이 넘어야 어떤 결정이 가능한 구조다.

또 다른 ‘복병’은 황교안 국무총리다. 헌재가 탄핵 심리를 개시해 박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는 상황이 됐을 때 황 총리가 ‘권한대행’ 지위를 명분으로 후임 재판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새로 임명된 재판관들의 탄핵심판 참가 여부와 탄핵 결정의 효력을 놓고 정치·사회적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새 헌재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는 견해가 크게 나뉜다”며 “그러나 행정부가 강행하면 막을 방도가 딱히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현준·이동수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