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음악에 따라 초콜릿 맛이 달라진다

단 것을 좋아하는 '초코홀릭'에게 흥미로운 소식이 있다. 소리에 따라 초콜릿의 맛이나 부드러움에 차이가 느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 (University of Oxford) 식품 연구팀은 소리에 따라 초콜릿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부드러운 플루트 음악을 들을 땐 좀 더 크리미한(부드러운)맛이, 날카롭게 끊어지는 음정과 빠른 템포의 바이올린 음악을 들을 땐 쓴맛이 강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를 주도한 식품학자 찰스 스펜스 교수는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감각 정보들이 뇌에 통합되어 '맛'을 느끼는 미각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 감각들을 분리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정보가 합쳐진 감각은 음식의 맛을 더하기도, 덜어내기도 한다. 이 실험은 몇 가지 감각의 변화가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증명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실험에 앞서 연구원들은 116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71% 혹은 81%의 코코아가 든 초콜릿을 나눠줬다. 참가자들은 초콜릿을 한 조각 먹을 때마다 다양한 형태의 소리를 듣고 각각의 질문지에 답했다.

그 결과 응답자들은 레가토(음과 음 사이가 끊이지 않고 원활하게 연주되는)로 연주되는 플루트 음악을 들을 때 초콜릿 맛이 더 부드럽다고 답했다. 또 거친 바이올린 소리에는 더 쓰다고 답했다. 음의 높낮이에 따라 단맛의 강도도 변했다. 고음 연주에선 단 맛을, 저음 연주에선 쓴맛을 더 강하게 느꼈다고 답했다.

이 연구의 첫 번째 저자인 심리학자 펠리페 레이노소는 소리가 가진 질감이 뇌를 교란해 맛을 느끼는 감각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리가 초콜릿 맛을 느끼는 감각에 영향을 미쳤는데 음의 질감(거친 정도)은 맛의 부드러운 정도를, 음의 높낮이는 단맛의 강도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커피를 마실 때 저음의 금관악기 연주를 듣는다면 적은 양의 커피로도 씁쓸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평소 맛있게 먹던 음식도 기내식으로 먹으면 맛이 없어지는 이유는, 비행기의 엄청난 소음이 음식의 단맛을 덜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초콜릿 뿐 아니라 다른 음식들도 음악과 조화를 이루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런 소리 효과를 활용해 음식의 맛을 극대화시켜 다양한 음식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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