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보는 세상] 까치야 미안… 참새밥은 없나요

나는 나는 참새다. 참새의 탈을 쓴 까치도 아니고 진짜 참새다. 바야흐로 계절은 겨울이다. 아침저녁 옷 속을 파고드는 찬바람이 살을 에는 듯 날카롭다. 서울 광화문 한 편에 자리 잡은 감나무에 감들이 익을 대로 익어 이젠 홍시가 됐다. 까치밥이다. 국어사전엔 까치 따위의 날짐승이 먹으라고 따지 않고 몇 개 남겨 두는 감이라고 나와 있다. 까치는 아니지만 ‘따위의 날짐승’에 속하기에 마음껏 까치밥을 먹을 수 있다고 뽐내는 것 같다. “길을 걷다 우연히 날 발견하고 셔터를 연방 날리는 사진기자 양반~ 겨울엔 먹을거리들이 별로 없다우~ 지금 이 순간 날 방해하지 마슈~”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라 고개를 주억대지만 이내 맛있게 익은 감 속으로 머리를 들이댄다. 겨울 초입이지만 풍성한 가을의 향연은 남아 있다.

이재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