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잇슈] 스마트폰 앱에도 금수저 vs 흙수저가 있다고?

구글 '앱 선탑재', 국내외에서 다시 도마 위에 /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단말장치 소프트웨어의 사전 설치 금지' 발의 / EU·러시아 등 반독점법 적용, 벌금 부과 등 강력 대응 나서 / '2016 소비자통합 학술대회' 특별 세미나서 선탑재 앱 소비자 관점에서 고찰

 

국내외에서 구글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선탑재 관련 역차별 논란 다시 불 붙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개정안을 발의했고,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특별 세미나에서 ‘선탑재 앱에 대한 소비자학적 고찰’을 발표했다. EU와 러시아는 구글의 앱 선탑재 행위에 대해 반독점법 협의를 적용해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국내의 입법 움직임이 여야를 불문하고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말기 제조업자는 기능과 기술 구현에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앱 선탑재를 해선 안된다’는 정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은 ‘필수적인 앱 이외에는 모두 삭제가 가능토록 하고, 공정하지 못한 앱마켓 운영 정책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이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구글 앱 선탑재 '역차별 논란' 다시 불 붙어

해외에서도 구글의 앱 선탑재 행위에 강경 대응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반독점 혐의에 대해 '혐의가 없다'면서 면죄부를 준 상황에서, EU는 구글의 앱 선탑재 행위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EU 집행위원회가 구글에 30억 유로(한화 약 4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러시아도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 시장에서 경쟁에 제한을 가져왔다는 이유로 러시아 독점규제 기관 FAS(Federal Anti-Monopoly Service)로부터 685만 달러(약 76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러시아 당국은 구글이 검색엔진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 얀덱스(Yandex)와 같은 러시아의 자국 검색엔진 사이트를 배척했다고 판단했다.

◆국내 이용자들 선탑재 앱 불편 느끼지만, 실제 삭제하는 경우는 드물어

실제 국내에서도 소비자 조사 결과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선탑재 앱이 많다고 느끼면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경고 문구가 무섭거나 삭제 후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실제로 앱을 삭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성신여자대 운정그린캠퍼스에서 열린 ‘2016 소비자통합 학술대회 특별 세미나’에서 나종연 교수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63.1%의 응답자가 선탑재 앱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선탑재 앱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용자는 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선탑재 앱을 사용하는 이유가 △다른 앱을 찾아 설치하는 것이 귀찮아서(36.3%)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19.7%) △무료라서(10.7%) 등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선탑재 행위가 선점효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나 교수는 분석했다.

특히 문제는 연령에 따라 '선탑재 앱에 대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이유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40대 이상 이용자들은 경고 문구가 무섭거나, 중지·삭제 후 문제가 생길 것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원하지 않는 선탑재 앱을 삭제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즉 기술적·법적으로 선탑재 앱을 삭제할 수 있게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행태적 특성 △역량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실제로 앱을 지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 교수는 스마트폰은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필수 앱은 설치해주고, 기타 필요한 앱들은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폰은 마치 '침실'과 같은 공간임에도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일정 부분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선탑재 앱과 관련해 미래부의 가이드라인이 구체성과 실효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상하이 소비자권익보호위원회는 선탑재 앱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삭제가 불가능한 것 등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삼성과 OPP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은 선탑재 앱 혁신방안을 제출했고, 선탑재 앱과 삭제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고지했으며, 소비자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위원회는 소송을 취하했다.

지난 2014년 발표된 우리나라 미래부의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체성과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어 중국과 달리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탑재 앱, 소비자 불편은 물론 사업자들의 공정 경쟁 환경도 저해

사실상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부터 선탑재 앱이라는 '사슬'을 차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삭제에 대한 결정권을 줬다고 하지만, 사실은 무기력하게 만드는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수현 경상대 심리학과 교수는 "구글이나 삼성 등은 선탑재 앱을 삭제할 수 있는 결정권을 줬다곤 하지만 실제 삭제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며 "선탑재 방식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도 무기력 상태를 느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장치"라고 지적했다.

선탑재 앱은 이른바 '금수저 앱'이며, 선탑재 효과는 소비자 불편뿐만 아니라 사업자들의 공정 경쟁 환경도 저해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장호 광고홍보학과 숙명여대 교수는  "선탑재 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태도를 통해 '선탑재 앱' 이슈가 소비자들의 불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사업자들 간의 불공정 경쟁으로까지 연결돼 더 큰 문제"라며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선탑재 앱을 '금수저 앱'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선탑재로 인한 선점 효과와 영향력이 높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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