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달려가는 돌보미’ 맞춤형 복지차량

최근 기초연금과 일자리 참여 수당으로 살아가는 조손(祖孫)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다. 손녀가 자고 공부할 방이 마땅치 않았던 것을 딱하게 여긴 마을 이장이 면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고, 면사무소 맞춤형 복지팀이 주민과 의기투합해 ‘저소득가구 자녀의 공부방 조성’ 기금을 조성했다. 그 기금으로 낡고 허름한 작은 방의 장판을 교체하고 벽지를 바른 후 책상과 옷장, 침대 등을 구비해 제법 근사한 공부방을 마련해줬다. 전등불이 어두워 공부할 때 사용할 스탠드를 갖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밝고 아기자기한 자기만의 방이 생겼다며 기뻐하던 손녀의 환한 미소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읍면동 복지허브화’ 현장의 모습이다. 복지서비스 제공 최접점인 읍면동 주민센터를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 중심(Hub)기관으로 개편하는 것이 읍면동 복지허브화다. 주민과 함께 어려운 이웃을 찾아내고 직접 방문 상담한 후, 민관이 보유한 모든 복지 자원을 동원해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복지서비스 신청·접수 창구와 별도로 읍면동 주민센터에 ‘맞춤형 복지팀’을 신설한다. 올해는 933개 읍면동에서 시작해 2018년까지 전국 3502개 모든 읍면동에서 추진할 예정이다. 읍면동 복지허브화는 ‘찾아가는 서비스’가 핵심이고, 찾아가는 서비스는 기동력이 생명이다. 관할지역이 넓은 읍면은 이동거리가 멀어 제때 활용 가능한 차량 구비가 절실하다. 그래서 정부는 올해 33개 선도(先導) 읍면동에 ‘맞춤형 복지 전용차량’을 지원했다. 2017년에는 복지허브화를 추진하는 2100개 읍면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이렇게 위기가구를 발견하면 근본적 원인과 해결 방안을 모색한 후 동원 가능한 모든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고 지원한다. 하지만 때로는 조건이 맞지 않아 정부 지원이 어렵거나 민간 자원 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때 꼭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연간 600만원의 사례관리 사업비를 지원했는데, 내년에는 40%를 인상해 84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중반부터 시작한 복지허브화는 당초 계획보다 많은 952개 읍면동에서 추진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5개월 남짓임에도 56만건의 방문상담이 이루어지고 41만건의 사각지대를 발견해 공적급여 및 민간 복지서비스가 연결됐다. 특히 이웃이 이웃을 돌보겠다는 주민들이 재능나눔, 기부금품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한 실적이 30만건이나 된다. 민과 관이 손잡고 지속 가능한 지역 복지공동체를 구축해 나가는 복지허브화의 열매다.

이처럼 읍면동 공무원의 일터는 사무실이 아닌 현장이다. 부지런히 소외된 이웃을 찾는 것은 물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충분치 않을 경우 다양한 민간 지원과 연계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살아 있는 복지가 어려운 이웃의 몸과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다. 내년 2100대의 맞춤형 복지 차량이 달린다면, 어려운 이웃 한 사람이라도 더 찾아내고 필요한 도움을 더 많이 드릴 수 있을 것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