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2-01 18:39:24
기사수정 2016-12-01 22:36:31
탄핵 통한 불명예 퇴진 땐 내년 대선 '치명적 악재' 판단
새누리당이 1일 박근혜 대통령의 내년 4월 말 퇴진, 6월 말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은 박 대통령에게 ‘질서 있는 퇴진’의 문을 열어주는 동시에 초읽기에 몰린 ‘탄핵정국’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에게 일정 부분 마지막 예우를 갖춰 보수진영 분열과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유리할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을 통한 불명예 퇴진은 박 대통령과 운명공동체인 집권여당에도 대선 기간 내내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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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박 대통령이 내년 4월30일까지 물러나는 것을 당론으로 정했다. 내년 4월 말로 퇴진 시점을 잡은 것은 향후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당 운영체제를 확정하고,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등에 소요되는 물리적인 기간을 감안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4월 말에 물러나면 헌법에 따라 퇴진 이후 60일 이내인 6월 말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탄핵을 강행하더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보다 사안이 복잡한 데다 최대 120일까지 활동하게 될 특검 수사 결과를 반영할 경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4월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논리도 작용했다. 새누리당은 이런 부분을 근거로 탄핵 대신 퇴진 일정에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 일정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만큼 야당도 성의 있는 반응을 내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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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유철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이날 의총에서 일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은 여야가 협상에 실패하거나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계산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당론을 채택하기에 앞서 청와대에 수용 여부에 대한 의사 타진을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지만, 야당 설득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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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위원회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에서 의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
비박계가 주축이 된 비상시국위원회는 의총에 앞서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이 사퇴 시한에 대해 조속히 입장을 표명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여야가 최종적으로 퇴진 일정 조율에 실패한 뒤에는 탄핵을 그대로 밀어붙인다는 방침이지만, 찬성 동력이 얼마나 유지될지에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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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운데)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야 3당 대표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 찬성 여부와 관련해 “대통령의 3차 담화문에 영향을 받긴 했다”며 “특히 영남권에서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보이던 의원들이 ‘대통령이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만 이뤄내면 언제든지 사퇴하겠다는 것인데 굳이 탄핵까지 해야 하는 것이냐’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여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서로 진지하게 협상을 해보고 협상이 되면 그 결론대로 가는 것이니 탄핵은 가능성이 없어진다”면서도 “협상이 안 되면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